리스크보다 베네핏을 더 크게

다섯 번째 추적관찰

by 아피탄트

* 저번주와 이번주엔 완전관해 판정 후 다섯 번째 추적관찰이 있었어요.

이제는 만 1년이 지나서 관찰 주기가 3개월에서 4개월로 늘어났네요.

그래서 오늘은 추적관찰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2025년 7월 15일(화)


- 9시 40분: 채혈/채뇨

- 11시 40분: CT 촬영


시간 맞춰 도착하려면 넉넉잡아 2시간 반 전에는 출발을 해야한다.

집을 나선 시간은 7시, 덕분에 여유있게 도착했다.


그런데 늘 나에게 구역감을 유발하던 병원 냄새에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못했다.

그 냄새가 이제 나에게 구역감을 유발하진 않지만, 그 때의 기억들을 자꾸 떠오르게는 한다.

항암 주사실 창문 너머의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는데, 이제 나도 제법 건강해졌다.


다시 돌아와서, 유독 바늘이 아픈 날이었다.

채혈할 때 찌르는 가는 바늘도, 조영제 주입을 위해 찌르는 굵은 바늘도 너무 아팠다.

특히 이번엔 조영제가 들어갈 때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주입 속도가 너무 빨랐는지, 정맥 라인을 제대로 못잡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내 혈관이 약한 건지는 모르겠다.

이번엔 주사 부위의 뻐근한 통증이 이틀이나 갔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CT 촬영을 마치고 무사히 귀가했다.



2025년 7월 22일(화)


영상 판독 결과를 듣는 날, 진료 예약 시간은 오후 2시.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 내 차례를 기다렸다.


이제 어디에서든 마냥 젊다는 얘기를 듣지는 못하는 나이가 되었는데, 그런 내가 가장 젊은 사람이 되는 공간이 있다.

바로 암 병동의 대기실.

어쩌다 보이는 나보다 어린 사람들은 전부 그들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보호자로서 병원을 찾은 거였다.


한 때 자신을 보호해주던 사람을 이제 본인이 보호해야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반대로 나처럼 아픈 자녀를 지켜봐야만 하던 부모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이 곳에 와서 사람들을 보면 늘 이런 생각들이 든다.

그리고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이들을 연대하게 하고 버텨내게 하고 결국엔 이겨내게 만들까.


그러던 중 내가 호명되어 진료실로 들어갔고, 이번에도 다시 나올 때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건 달리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니 아주 기쁜 일이다.

역시 CT가 깨끗하다고, 결과가 아주 좋다는 얘기를 듣고 나왔다.


한창 항암 치료를 받던 날의 진료는 지금과는 달랐다.

교수님도 내게 확인할 게 많았고, 나도 교수님께 질문할 게 많았기에.

그렇게 내가 힘든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그 때에도,

유독 금방 진료실에 들어갔다 밝은 얼굴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추적 관찰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

항암치료도 진작에 다 끝난데다가 좋은 얘기만 듣고 오는 그들이 참 부러웠는데,

이젠 지금의 내가 과거에 그렇게 부러워 하던 사람이 되었다.


다음 예약은 또 4개월 뒤인 11월.

채혈/CT 촬영은 11일, 진료는 18일로 잡고 귀가했다.



리스크보다 베네핏을 더 크게


내가 약사라 그런지 약을 통해서 세상에 대한 통찰을 얻을 때가 종종 있다.


이 세상에 부작용이 없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의약품을 투여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약을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risk)와 베네핏(benefit)을 저울질해서, 베네핏이 리스크보다 큰 경우에만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게 바로 같은 약이라도 누구에겐 투여하고 누구에겐 투여하지 않는 이유이면서,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상황에선 투여하고 어떤 상황에선 투여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나는 이 원칙이 약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적용될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이겨내긴 했지만 아직 완전한 승리는 거두지 못한, 그래서 지금도 지켜보고 있는 이 '암'은 불가항력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겐 실재하는 리스크겠지.

동시에 생각보다 꽤 치명적인, 그래서 내가 선택받지 못하게 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될 수 있는 리스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괜찮을 거야'라는 단순한 낙관으로 이를 부인한다면, 계속 마음 다칠 사람은 나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계속 하다보니, 이제 정답을 좀 알 것 같다.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바꾸려 애쓰지 않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을 해야겠지.

리스크가 너무 커져버렸다면, 베네핏을 그보다 더 크게 만들면 될 것이다.

그러니 지치지 않고 나를 계속 가꿔나가야지.

베네핏이 리스크를 압도할 만큼의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다보면 그 대상이 어느 개인이든 어느 직책이든 어느 집단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을 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 내게 억울하진 않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는 대답은 못하겠지만, 모두가 같은 조건 같은 환경일 순 없는 노릇이다.

그건 받아들이면서, 내가 가진 무기들로 승부를 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준 지난 수년 간의 과정 덕에, 뭐든 잘 해낼 자신이 생겼다.


그 덕분이려나.

다가올 추적관찰 땐 나는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젠 걱정보단 기대가 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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