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섯 번째 추적관찰

by 아피탄트

* 저번주와 이번주엔 완전관해 판정 후 여섯 번째 추적관찰이 있었어요.



2025년 11월 11일(화)


어느덧 완전관해 2년차인 나는 4개월마다 한 번 씩 추적관찰을 한다.


- 09시 40분: 채혈/채뇨

- 11시 40분: CT촬영


날이 제법 쌀쌀해진 요즘이다.

늘 그렇듯이 아침 7시 무렵에 출발을 해서 여유있게 도착을 했다.


예전엔 병원에 올 때 '혹시 재발한 건 아니겠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면,

이젠 '오늘 찌르는 바늘은 얼마나 아플까?'가 가장 큰 걱정이다.

그 걱정에 걸맞게(?) 이번에 찌르는 바늘도 정말 아팠다.

수회의 주사를 맞으면서 굵고 튼튼한 혈관들이 점점 숨다보니 이젠 얇은 혈관들만 남았고,

그 혈관들은 더 약하다보니 채혈을 할 때도 조영제를 넣을 때도 버티기 힘들어한다.


이번엔 CT를 찍다가 혈관이 터졌다.

조영제가 들어갈 때 극심한 통증을 느껴서 주입 속도를 조절해주셨지만,

아무래도 조영제가 점도가 좀 있다보니 줄일 수 있는 주입 속도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 지점까지 도달했는데도 통증이 너무 심했고,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비명을 듣고 CT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죄송하지만 버텨주셔야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혈관은 터졌지만 그래도 조영제는 잘 주입이 되었고, 다행히 검사도 잘 끝났다.

10여분 간의 얼음찜질 후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돌아가는 내내 그게 참 서러웠다.

이제 겨우 조영제 넣는 일에도 그렇게 아파해야 하는 내가 비참해서.


'앞으로 몇번 더 이런 일을 견뎌내야할까, 적어도 5번은 넘게 남은 것 같아.'

'다음에도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은 혈관이 약한 내 탓임에도, 책임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었다.

채혈을 두 번 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하시는 채혈실의 간호사 선생님,

아파하는 팔을 부여잡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안절부절못하며 걱정해주시는 CT실의 간호사 선생님,


돌이켜보니 그런 사소하지만 따뜻한 책임감이 힘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되어 주지 않았을까.

그 따뜻함의 온도가 낮아지지 않도록, 늘 그런 일들에 감사해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2025년 11월 18일(화)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 예약 시간은 오후 1시 30분.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도착해서 바로 혈압,신장,체중 등을 측정해야 하다보니 여유는 거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이름이 불렸고, 이번까지 총 다섯 번째 같은 말을 듣고 나왔다.


"결과가 아주 좋습니다."


다음 예약은 4개월 뒤인 내년 3월.

다만 이번엔 교수님이 다시 한 번 이직을 하시게 되어, 나도 따라서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그 땐 완전관해 후 딱 2년이 되는 시점의 검사니까 아마 PET/CT도 같이 찍지 않을까 싶다.



이젠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년 2월에 치료가 종결이 됐고 3월에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으니, 그것도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사실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많이 두려웠다.

특히 어쩌다 목 넘김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날이면 더 많이 불안했다.

또 검사일이 다가올수록 심리적으로 자꾸 위축이 되다가 결과가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시 마음을 놓게 되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기도 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 불안함과 안심 사이의 진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고 여전히 근거 없는 낙관을 경계하지만, 그럼에도 점점 불안함이 옅어져간다.

그 동안 근거 없는 낙관을 경계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반대로 불안함에는 이유를 찾았었나보다.

암을 겪는다는 게 분명히 큰 일이긴 하지만, 그만큼 핑계거리가 되기도 쉬웠던 것 같다.

그걸 깨닫게 될 무렵부터 비로소 불안함의 크기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예전엔 요샌 어떠냐고 묻는 말에 좋다고 괜찮다고 대답하면서도 마음 한 편엔 불안함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젠 정말 괜찮아서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여전히 바늘은 너무 아프고 조영제를 맞다가 비명도 지르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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