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년 전 쯤이었나, 소방 간부가 된 친구가 있었다.
불을 끄는게 업이 된 그 친구는 그 후로 누군가에게 선물할 일이 생기면 작은 소화기를 주곤 했다.
특히 많이들 비치해야 한다는 걸 미처 생각지못하는 차량용 소화기를.
2.
나에겐 친구의 그런 센스가 인상깊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나 역시 가까운 누군가가 운전을 시작하거나, 신차를 구매하거나, 혹은 그의 생일이 되면, 선물로 차량용 소화기를 건네게 되었다.
받는 이들은 다들 나의 선물 선택에 감명깊어한다.
매번 그들의 차에 소화기는 없었고, 24년 12월부터는 5인 이상 차량에도 소화기 비치가 의무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모르고 있었다.
3.
소화기를 선물할 땐 늘 가장 쓸모 없는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건넨다.
위급 상황에 나를 지켜줄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물건이지만, 애초에 그런 위급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것이 제일 좋을 테지.
그러다 내가 선물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도 좋으니, 그들이 운전하는 모든 순간이 평온하기만을 바란다.
4.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런 마음이고싶다.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지치고 힘들 때 먼저 찾고싶은 사람이 내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싶지만,
그것보단 나를 찾지 않아도 좋으니 그들이 지치고 힘들 일이 없으면 더 좋겠다.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쓸모 없길 바라며 선물하는 소화기처럼,
가장 의지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 전에 애초에 의지할 일조차 없을만큼 모두에 평온하고 행복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