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꿈을 꾸던 본 적 없는 당신에게

by 아피탄트

2026년 2월 4일


아홉번째 항암치료를 받을 때였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반, 그래도 이제 끝이 보인다는 생각이 반 정도 들던 무렵.

꾸준히 올리던 투병일기에 정성어린 댓글을 남겨주신 분이 있었다.

나랑 같은 호지킨림프종 2기로 항암치료를 받는, 이제 막 네번째 항암치료를 마치셨다고 하는 분이었다.



안녕하세요, OOO님 :)


저도 같은 호지킨 림프종으로 2기 진단 받고 치료중인 환우입니다. 저는 오늘 2-2항암 맞고 왔어요.


약사님 투병기록 보면서, 앞으로 제 치료 경과를 미리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벌써 5주기 치료를 진행중이시네요! 투병 여정을 반 이상 지나오시느라 고생많으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만큼 치료 과정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다는걸 저도 많이 느끼고 있어서 투병 선배들을 보면 달려가서 응원해주고 싶더라고요. 앞으로는 모든 면에서 좋아질 일이 더 많이 일어나길 바라며 응원하는 마음 전합니다!


연말 따뜻하게 보내시고, 희망 가득한 내년을 맞이하시길 바라요!



당신께서는 나에게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시며,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처럼 투병을 하며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OOO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도 아프기 시작하고부터 제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도움받거나 위로받길 바라며 sns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야기 소재를 다듬으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층 성숙해지고, 별 것 아닐 수 있는 만화를 눈여겨 보고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 저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사실은 모두가 나처럼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면 좋겠지만, 혹여나 또 나처럼 병에 걸리게 된 사람들을 위해 기록을 남기는 그 행위 자체에 숭고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글도 잘쓰시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반가운 마음에 두서없이 답글 달았네요 ㅎㅎ 저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SNS 주소를 남겨달라는 나의 말에, 부끄럽지만 남겨드리겠다며 링크를 걸어준 당신.


모든 항암치료를 끝마치고 올렸던 투병일기에는 축하의 댓글을 남겨주셨다.



OOO님 그동안 정말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약사님 말씀대로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주변의 응원이 병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젊을 때 아프게 된 것이 우리의 잘못도 아니고, 사는 과정 중에 우연히 마주한 일이지요. 오히려 젊고 체력이 있을 때 항암 치료를 더 잘 견딜 수도 있고, 어찌보면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소중함을 더 생각하게 되고, 소홀히 했지만 가장 중요했던 나를 챙기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앞으로의 날들도 건강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완치까지 쭉쭉!! 이제는 평생 건강하실거예요!!


가끔 블로그로 소식 전해주세요 :)



그런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당신의 치료 종료 후엔 내가,

좋지 않은 일보단 좋은 일이, 불행한 일보단 행복한 일이 훨씬 많을 거라는 응원을 남겼었다.


완치까지 같이 힘내자는 말로 화답해준 당신.



감사합니다 OOO님 :)

완치까지 같이 힘내요!!!



그렇게 나 역시 당신의 완치와 건강을 마음 다해 응원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펼쳐나가던 당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소식을 접했다.

그런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기에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나만 이 터널을 빠져나온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괜히 죄스러워서 차마 말을 건네지 못했다.


그렇게 해가 두 번 바뀌었고, 오늘 당신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병으로 싸워온 당신이 떠났다는 소식에 마음이 많이 무겁다.

완치라는 같은 꿈을 꾸던, 그렇지만 본 적은 없는 당신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그리고 내게 보내주었던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되었다고, 그래서 정말 감사했다는 말은 남기고 싶었다.



행여나 이런 추모조차 결례일까봐 많이 망설였는데요.

최근에 당신이 브런치에서도 소소하게나마 활동해오셨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2025년 12월 6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새로운 글을 볼 순 없지만요.


저는 제가 만약 세상을 떠난다면,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니 당신의 곁에서 여전히 당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혹시나 이 글을 접하게 된다면, 당신이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곱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古人의 명복을 빕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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