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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호 Dec 19. 2023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

나라는 사람, 이성적인 사람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완성하지 못한 채 조각조각난 글을 정리하고 다듬기 시작했다.


지난 6~7월 두 달 동안 나는 살면서 해보지 않은 것들을 시도해 보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사실 나는 일이 아닌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다 보면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나의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하였고 또 그렇게 지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내가 원하는 바를 알아내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스스로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으니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생각이 글로 풀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8월부터는 스스로를 다그치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내가 가장 편한 곳에서 내 몸과 마음이 내키는 대로 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


일을 쉰 지 6개월이 지나고 휴직을 연장할지 복귀를 할지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두렵고 무서웠다.

이대로 일터로 돌아가도 될지 내가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돌아가는 게 정말 옳은 것인지 이게 최선인 것인지

다시 마주할 현실에 나는 겁이 났다.

어렵게 결정하고 실행한 휴직이 마치 당장의 힘듦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된 거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회사와 병원사이를 오가며 수차례 이야기를 주고받은 결과

나는 휴직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휴직을 연장한다고 해서 답을 찾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을.

어쩌면 진짜 내가 당장의 힘듦은 피하기 위해 휴직을 이용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휴직을 연장하기로 결정함과 동시에 나만의 복직할 날도 정했다.

복직할 때까지 답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떠한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는 나의 우울증 원인을 발견하였다.

나는 여태 나라는 사람이 감정이나 생각의 휘발성이 짙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순간에 느끼고 사라져 버린다고, 바람에 따라 허공에 날려 보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우울증의 원인을 발견하곤 굉장히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나라는 사람은 감정에 따라 먼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건, 상황, 사람관계 등의 원인과 결과, 인과관계가 이해가 되어야 감정이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으니 나에게는 온통 물음표 투성이었고

나는 그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떠났던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우울증의 원인을 발견하고 나선 온통 물음표 투성이었던 것들이 느낌표로 바뀌었고 나는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다시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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