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독서 후기
어느 날, 미시즈 윌슨의 집에서 일하던 하인이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 미혼모인 그녀를 모두가 비난하고 외면했지만, 미시즈 윌슨은 그녀를 해고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아기를 키우는 것을 함께 도왔다. 빌 펄롱은 그의 어머니와 미시즈 윌슨 덕분에 큰 문제없이 바르게 자랐다.
펄롱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 아내 아일린과 다섯 명의 딸을 부양하는 가장이 되었다. 그는 석탄, 토탄, 무연탄, 분탄, 장작을 팔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텨냈다. 펄롱은 미혼모의 아이라는 이유로 심한 차별을 당하던 과거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펄롱의 바람은 오로지 그의 딸들이 도시 내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던 때에 펄롱은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자신의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이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고심하게 되었다. 그의 삶에 대한 고민은 과거의 상처들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졌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들떠있는 그의 딸들과 달리 펄롱은 심란했다.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p. 44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배달일이 급격히 많아졌다. 펄롱은 수녀원으로 직접 배달을 가기로 했다. 약속 시간보다 이르게 수녀원에 배달을 간 그는 충격적인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불이 켜진 작은 경당으로 갔는데 그 안에서 젊은 여자와 어린 여자아이들이 바닥에 엎드려서 바닥을 죽어라고 문지르고 있었다. 한 아이는 눈에 흉측한 다래끼가 났고 또 다른 아이는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깎여 있었다. 그중 한 아이가 펄롱에게 다가가 밖으로 내보내달라고 애원했다.
당황한 펄롱이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고 거절하던 그때, 수녀 한 명이 나타났다. 펄롱은 수녀에게 장작과 석탄을 싣고 왔다고 말했고 수녀는 그를 현관문 밖으로 안내했다. 펄롱은 수녀의 요청대로 영수증을 써주고 나왔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여자아이에 관해 묻고 싶은 것들이 가득했고, 바닥에서 기어 다니며 걸레질을 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펄롱은 자신의 아내, 아일린에게 자신이 목격한 것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일린의 반응은 다소 무덤덤했다. 그녀는 펄롱과 달리 그 상황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만약 우리 애가 그중 하나라면?” 펄롱이 말했다.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아일린이 다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p. 57
펄롱은 수녀원으로 다시 향했다. 그리고 석탄 광 안에 갇혀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했다. 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던 그 아이였다. 펄롱은 여자아이를 구출하고 그녀를 어디로 데리고 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수녀원장이 문을 열고 나오며 펄롱에게 들어오기를 강요했다.
얼떨결에 수녀원장을 따라 현관 안으로 들어온 펄롱은 암묵적인 협박을 당했다. 수녀원장은 그의 딸들을 언급하며 요즘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세인트마거릿 학교에 모든 애들이 다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은 마치 펄롱이 그가 본 일들을 누설할 시 그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온 펄롱은 수녀원에서 본 아이를 생각했다. 그는 불쌍한 그 아이를 외면한 자신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고, 그는 마음을 다잡고 여자아이를 구해주기로 했다.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내내 순진한 마음으로 자신이 어떻게든 해나가리라고 믿었다.
그는 미시즈 윌슨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과 그녀가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던 때들, 그리고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럼에도 행복했다.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 119
막달레나 세탁소에서는 최소 1922년부터 1996년까지 약 74년 간 인권 유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이 역사적 상황을 보여줬다.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은폐, 감금, 강제 노역을 당한 여성과 아이들은 3만 명 이상이었다. 많은 여자가 아이를 잃었고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다. 이 책은 이러한 부당한 상황을 비판하였다.
책을 읽고 난 후에서야 이 책이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만에 책을 3 회독하면서 작가 클레어 키건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계속해서 찾아나갔다. 역사적 배경을 모를 때는 소설이 꽤 심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배경을 알게 된 후에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그 안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을 온몸으로 느꼈다.
주인공 빌 펄롱의 이타적인 성격이 독서하는 내내 나에게 따듯하게 와닿았다. 미혼모의 아이라고 차별당한 그는 사회적 소수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 외의 사회적 소수자들을 챙기고 도와주려는 마음이 컸다. 그가 자신이 옳다고 느낀 일을 당당하게 해내는 모습에서 크게 벅차올랐다. 모두가 외면하고 바라보려고 하지 않은 현실에 저항하는 펄롱이 존경스러웠다. 나라면 선뜻 여자아이를 돕지 못했을 것 같아 더욱더 그렇게 느껴졌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제목의 의미를 한참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사소한 것들”의 의미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 의미는 일상에서의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이다. 미시즈 윌슨의 사소한 친절이 빌 펄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두 번째 의미는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들의 중요함이다. 빌 펄롱의 단 한 가지 행동, 여자아이를 구한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독자들에게는 큰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세 번째 의미는 반어법이다. 사소하게 여겨지고 있는 사회적, 역사적 문제들이 절대로 사소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삶의 의미를 고민하던 빌 펄롱이 서로를 돕는 것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된 과정이 엄청난 감동이었다. 개인의 범위 안에서만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요즘,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서도 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는 것들이 과연 실제로도 사소할지에 대한 생각도 깊이 하게 되었다.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까? 사회적 소수자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삶과 비교하고 위안 삼는 것이 과연 옳을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역사적, 윤리적, 사회적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