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 진량읍 상림리
대구대 원룸촌 난 멈춘 시간 속에 살고 있어요
백열등 불빛이 아련하게 원룸을 빛내고
등 위에 소복이 쌓인 먼지가 도어락 소리에 맞춰 낙하해요
눈높이에서 멈춘 먼지 조명과 부팅 중인 낡은 노트북
자판 몇 개 떨어진 자판기와 유선 마우스는
과 동아리 밴드의 서툰 연습 같던 소리를 내지 못해요
기이한 소리를 내던 드럼세탁기가 움직이지 않고
목이 늘어진 흰 티가 통 안에서 공중을 부양하고 있어요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던 기기들이 멈춘 방에서
핑거스냅*을 하면 필름이 다시 재생되지 않을까요 영화처럼
먼지가 바닥으로 가라앉고
슈퍼싱글침대 위 주름진 이불은 인상을 피고
딱딱, 손가락 튕기는 소리에 맞춰
사물들이 춤을 추지 않을까요
몇 번의 손놀림에도
방안은 무거운 자막이 달린 뉴스를 마주한 것처럼 한없이 무거워지고
고개를 살짝 들면
배란다 방충망 너머로 슬리퍼들의 가벼운 발걸음이 보여요
재난 경보에도 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스마트폰 손에 쥔 채
나는 멈춘 시간 속을 여행하고 있답니다
*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