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호 Jul 23. 2024

사나워

그냥 일기

우린 너무 사나워, 이렇게 말하면 꼭 동물 같아진다.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해야지. 짐승 같아. 기왕이면 귀여운 짐승이면 좋겠어. 고양이나 개 같은 거. 기니피그나 친칠라도 좀 귀여운 거 같고. 그래서 어떤 짐승 같은데?


글쎄. 그냥 비가 와서 그런가 축 처지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서 잠들고 싶은데 쉽게 잠이 오질 않는 밤이야. 사회에서 난 우적우적 잘 밀고 나갈 줄 알았는데 방 안에만 갇혀 살 줄은 몰랐어. 이불보다 좀 더 큰 방 안이 내 세상 전부인 느낌이야. 밖은 저렇게 넓은데.


어쨌거나, 해는 뜨잖아. 봐, 오늘도 해가 떴어. 뭐, 비가 내려서 해가 가려지긴 했지만 해는 뜬 거잖아. 몇 시간 뒤, 아니면 내일은 보이겠지. 봐, 해가 안 뜬 거면 어떻게 이렇게 더운 거겠어. 우린 지금 한여름이라고. 눈에 보이는 걸 쓴 게 아니라, 생각을 쓴 거라는 다른 여름처럼.


그게 무슨 말인데? 생각을 쓴 게 다른 여름이라고?


있어, 그런 말. 이런 말들은 쉽게 내뱉어져서 아무렇게나 할 수 있었다. 쉽게 내뱉을 수록 난 작아지지도 커지지도 않았다. 그냥 그런 말들은 사납지 않아도 내뱉을 수 있었다. 하루가 지나 하루가 오는 것처럼 말들이 쌓여 나를 만들었으니까.


새벽 6시에 눈을 떴다. 다시 자고 싶었지만 무슨 오기였는지 그대로 일어났다. 그렇게 폰을 1시간 만졌나. 쉽게 시간을 낭비했고 아침을 먹었다. 그러곤 노래를 듣고 유튜브를 봤다. 최근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탄 탓인지 구독자가 늘었다. 500명을 찍으면 수익창출이 된다는데. 500명을 찍을 수 있을까.


어떤 영상 하나는 하루마다 조회수를 천 회씩 찍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5천 회 재생에서 6천 회 재생으로 바뀌는 식이다. 남들이 들으면 뭐 그저 그런 숫자겠지만 나에겐 큰 숫자다. 구독자가 200여 명 정도니까. 동남아 쪽에서 알고리즘을 탄 것 같은데 신기하다. 나는 남의 나라 사람한테 관심을 가졌던 적 있었나. 


희곡집을 세 권 빌렸고 그 중 김은성의 <썬샤인의 전사들>을 먼저 읽었다. 호기롭게 책을 펼쳤지만 세 페이지만에 져버렸다. 재미가 없다. 이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표지 뒷 장에 적힌 추천사는 우리 과 교수님이었다. 교수님한테 이 작품에 대해서 요약 설명을 부탁하고 싶은 느낌이다.


다음으로 읽은 희곡집은 이상우의 <늘근도둑 이야기>인데 아직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신춘문예 희곡당선집을 읽고 있다. 읽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곤 12월 말이 되면 그 자신감이 개같이 사라지겠지. 패배감이 쪄들라나. 모르겠다. 올해까지만 도전한다는 말이 너무 우스꽝스럽다. 내가 언제 그렇게 열심히 도전했던 적 있었다고.


일찍 일어났으니 헬스장에 갈 준비를 했다. 날은 흐렸지만

무지하게 더웠다. 요즘은 땀이 너무 흐른다. 내가 이렇게 땀을 많이 흘렀나 싶을 만큼. 그런데 작년에도 그랬던 거 같다. 하필 난 이마에 땀이 많다. 다른 부분보다 유독 이마에 몰린다. 


뭐, 다들 더워도 참고 사는 거니까. 오늘도 화이팅.

아침 일기를 쓰면 건강해진다고 했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입춘 Let Me Love My Yout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