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창작의 날씨가 종료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보문고에서 만든 플랫폼 사이트로 올해 12월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했다.
사실 별 관심이 있던 곳은 아니다. 거기서도 브런치처럼 몇 개 끄적이곤 했지만 거기선 진짜 뭘 한 게 없으니까. 브런치에선 최소한 일기라도 좀 쓰는 편인데
그래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였더라. 지금 만나는 사람한텐 비밀이지만 한 때 비밀 일기장 같은 역할도 했었으니까. 예전에 만났던 사람과 창작의 날씨에서 웹소설을 써보기로 했었다. 한 화만에 어긋남을 느꼈지만 그래도 7화까진 쓴 거 같다. 끝난 이유는 두 가지인 거 같았다.
하나는 상대의 꾸준함. 그는 꾸준하질 않았다. 재밌겠다는 프로젝트, 뭔가 유의미한 활동일 거 같다는 점에 혹했지만 쓸 마음은 없었다.
두 번째는 가치관. 그는 글을 잘 쓰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웹소설이라는 편견 때문에 나는 실력이 중요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필력은 기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창작의 날씨에서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웹소설 문을 닫았다.
아, 가치관 차이라는 점에서 뚜렷했던 게 하나 있었다. 그는 사전조사, 고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나는 소설에 있어서 현장감, 현장의 목소리, 고증은 필수라고 생각했고 비단 소설뿐 아닌 아닌 어떤 문학에서도 가장 중요한 거는 조사라고 생각했다. 그는 위에서 말한 꾸준함과 거리가 멀었기에 조사할 생각이 없었다. 사전조사가 되지 않은 환경, 그 속에 태어난 캐릭터는 엉망이었다.
그때는 이 말을 하지 못하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얘기했다. 글에 있어서 사전조사는 기본이라고. 뭐 그 친구가 기억할지 어떨 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창작의 날씨가 사라진다는 사실 조차도 모를 테니까.
그렇게 창작의 날씨는 나의 노트북 즐겨찾기에서 삭제 되었다. 잘가, 정도 없고 별 추억도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이별이기 때문일까. 이별이 뭐길래.
홍보영상 촬영에 갔다 예전 촬영에서 뵀던 배우를 만났다. 그는 나와 동갑이었는데 내년에 결혼을 준비한다고 했다. 내년이라고 해봤자 2달이 지나면 내년이다. 같은 나이인데 그는 결혼을 생각하다니, 나와 너무 달랐다. 나는 결혼이 남 얘기 같다. 준비도 안 됐고 뭔가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제 두 달 뒤면 20대 후반이라는 말을 쓰게 되어야 한다. 나는 이룬 게 뭐가 있을까. 스물 일곱이라고 하면 되게 어른스러워 보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먹고 살 직업은? 준비는? 뭐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게 없는데 벌써 20대 후반이라니.
이렇게 3년이 지나면 서른. 너무 끔찍하다.
업보라면 할 말이 없는데 세월이 왜 이렇게 빠른 걸까. 적당히 빨랐으면 좋겠다. 올해는 무엇을 했다고 내일모레면 11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