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1월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설이 끝나면 2월이 올 차례다. 2월을 보내면 봄이 올 거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대학교는 약간의 설렘이 생긴다. 새내기들의 향연, 캠퍼스를 메우는 학생들, 대학로엔 사람들이 붐비고.
대학원도 그렇진 않겠지만.
그래도 학교를 가면서 많은 새내기를 보긴 할 테니까.
옛날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하나 떠오르는 게 있다. 대학원에 들어간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정말 빠른 걸음으로 수업을 듣고 다녔다. 후에 알게 된 건 그 선배가 대학원생이었다는 거였다. 그 선배는 박사 과정까지 밟고 있었고.
학과 행사 때 그 선배를 만났다. 읽진 않았지만 책을 잘 읽었다고 답했다. 고맙다는 선배의 말. 그 말에 갑자기 찔려서 집에 가는 길에 도서관을 들렀다. 상호대차로 빌려서 읽은 선배의 소설. 선배도 꽤나 고단한 삶을 살았구나.
사실 소설엔 그런 부분이 없는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착각일 수도 있고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선배가 쓴 인스타 피드가 생각났다. 도망쳐.
대학원을 한 줄로 요약하면 그랬다. 도망쳐라. 도망친 곳엔 낙원이 없다던대.
설 동안 날은 추웠지만 하늘은 청명했다. 어제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었다. 별이 이렇게 잘 보이는 곳이라니. 이 별을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별이 된 친구이지만.
별 볼 여유가 있었다면 그 친구가 직접 별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하늘을 볼 여유도 없는 걸까. 이유를 모르겠다.
가족들은 생일 케이크를 썰더니 각자 흩어졌다. 명절이 끝나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듯.
오르내림의 노래 중엔 웰컴 투 마이 홈이 있다. 노래의 가사 중에는
우리 집에 온 거뿐인데 왜
자꾸 나한테 뭘 챙겨 줄라 그래
오랜만이네 하면 되는데
WELCOME TO MY HOME
한마디면 되는데
옛날엔 공감 안 됐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생기고 있다. 오랜만에 집에 온 것 뿐인데 왜 자꾸 손님처럼 대해주는 걸까. 그냥 웰컴투마이홈하면 되는 건데.
나이가 든다는 건 결국 이런 걸까. 모르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인생이라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최선이고 좋은 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