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나는 학원에 다닌다. 대학원과 학원 강사로.
두 (대)학원은 명칭 차이 만큼이나 차이를 보인다. 그 중에서도 (보습) 학원 얘기를 조금 하려 한다.
중1 학생들은 3월이 시작함과 동시에 수업이 시작되었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14살. 아이들은 13명. 첫 날부터 수업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기에 OT를 재밌게 하려고 했다. 궁금한 게 있으니 질문하라고 했지만 질문은 오질 않았고.
그러다 온 질문 하나.
여기서 예쁜 애들 순위 나열해주세요!
당돌한 여중생은 얼굴에 꽃받침을 하며 질문을 던졌다. 자대 배치 때나 들어봤던 질문을 학원에서 들을 줄 몰랐다. 자대 배치 첫 날이었나, 어떤 병장 선임이 내게 물었다. 누가 더 잘 생겼냐?
맞선임과 병장 중에 누구도 고르고 싶지 않았다. 모범 답안이 있을 거로 믿었다. 두 분 다. 두 분 다 개성이 뚜렷하십니다. 외모는 취향 차이라.
그러니까 너의 취향엔 누가 더 잘 생겼냐고.
어떻게 대답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일단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니까. 남중생들은 내게 관심 없었고 예쁨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갑자기 여중생들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선생님은 그런 거 안 해요.
김 빠지는 질문자가 보였다. 뭐지? 첫 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중1이었다.
두 번째 만남이었다. 오늘은 수업 진도를 나가기도 해야 했고 걱정 반으로 또 교실에 들어갔다. 내 손에는 사자성어 시험지가 있었다. 시험지를 아이들에게 나눠주자 원성이 터졌다.
쌤, 안 배웠는데 어떻게 풀어요. 사자성어가 뭐에요? 이게 뭐에요?
13명의 아이들은 각자 아우성거렸다. 그러다 한 아이가 말했다. 쌤은 알아요?
그 말을 던진 학생이 누군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질문보다 뇌에 꽂혔다. 시험지에 있는 사자성어 13개의 정답을 내가 알고 있냐는 질문인 걸까. 살다 보니까 내가 이런 질문도 듣는구나. 참..
중1 수업은 사실 잘 모르겠다. 벽에다가 혼자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이 친구들에게 나는 적인 걸까 싶기도 했다. 어렵다. 고등학생들은 들을려는 의지라도 있는데 중1은 잘 모르겠다. 중2까지도 수업은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다.
반면 (대)학원에선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읽을 건 많은데 사실 읽어도 잘 모르겠다. 이게 읽은 거라고 말할 수 있나 싶었다. 책만 그러면 좋겠는데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밌긴 한데 이게 뭐지 싶었다. 나름 대학원생이 되면 시간을 더 유의미하게 보낼 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지도 않다. 최근에 괜히 피시방에 간 탓에 롤에 재미를 다시 느껴버렸다. 게임은 너무 많은 시간을 뺏어가고
나는 그만한 자제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나는 중독에 약한 사람이었다. 자극에 약했고 생각보다 충동적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건 카지노 때문이었다.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만큼 도박도 좋아할 성격이었다. 내가 돈이 없어서 다행이었지.
어젠 미팅 겸 회의가 있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모임을 가진 거였다. 사실 문제점은 하나였다. 제작비. 각자가 5만원 씩 제작비를 거두자는데 부담이 갔다. 수익 창출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달에 5만원을 감당할 수 있을까. 1년이면 60만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