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쓰는 인도 여행기

그냥 일기

by 수호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께서 말씀하셨던 거로 기억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글을 쓰셨어요라는 질문은 사실 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라는 당연한 말이 따라올 테니까. 그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야 가능한 거라고 생각했다.


난 인도 얘기가 아직 너무 많이 남았다. 하고 싶은 인도 여행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남은 것이다.


첫 날부터 기억을 돌리면 너무 많아 의식의 흐름으로 진행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시작은 첫 날부터 해야지. 첫 날부터 나는 사기를 당하기 직전까지 갔다. 유튜브로 공부하고 오픈카톡 인도여행 방에서 조심해야할 공지 글도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막상 실제는 조금 달랐다. 이상하다, 어 사기 아니야? 생각이 들기도 전에 나는 이미 매료되어 있었다.


공항에 나가는 순간부터 많은 인도인들이 달라 붙는다. 관광객인 건 정말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택시, 릭샤, 투탁, 뭐 짧은 영어 한 단어를 나에게 계속 던지는 아저씨들이 많다. 여기서 릭샤와 투탁은 같은 말인 것 같았다. 인력거처럼 생긴 건데 오토바이로 끌고 가는 시스템 같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무시하며 공항 밖으로 나와 공항철도를 탔다. 티켓을 사야 하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질 않고 있었다. 새치기가 기본인 곳에서 나는 꾸역꾸역 내 차례를 기다려 티켓을 샀는데 잔돈을 안 주려고 하는 창구 직원이었다. 500루피를 내밀었고 티켓 비용은 63인가 46루피 정도였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금액을 254루피만 주고 그런 식이었다. 내가 눈앞에서 잔돈을 새고 숫자가 많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정상적인 잔돈을 주었다. 시작부터 험난할 게 예상되었다.


지하철엔 사람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뭐라고 하지, 체취가 정말 강했다. 나는 짐을 짐칸에 넣어두었는데 어떤 남성 둘이 내 앞을 가로 막았다. 무언가 불안에 휩싸여서 짐칸에 있는 나의 가방을 챙겨 앞으로 메고


뉴델리역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유튜브에서 알려준 대로 길을 따라갔다. 그런데 길이 막혀 있었다. 어라, 방향은 어쨌든 아니까 어떻게든 가면 될 거라 생각하고 우회했다. 유심칩은 말썽이었는지 데이터가 터지질 않았다. 통행 줄을 어쨌든 찾아서 줄 서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언뜻 봐선 직원이 티켓을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내 차례가 왔다. 티켓이 있냐고 했다. 없다고 하자 티켓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 돈 달라는 건가 싶었는데 못 산다고 했다. 그러곤 어쩌다 보니 그를 따라가고 있었다. 릭샤를 탔다. 그러곤 코넛 플레이스에 위치한 외국인 도움 센터(?) 같은 곳에 내려줬다. 역시나 이곳도 데이터가 터지질 않고 있었다. 선한 인상의 남자가 나에게 짜이를 내밀었다. 근데 날 왜 여기에 내려줬지?


어디 호텔에서 머무르냐고 하길래 예약한 호텔을 알려줬다. 그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으라고 내게 전화기를 내밀었다. 예약한 호텔이라고 했다. 방이 가득 찼다고 한다. 무슨 소리지 싶었다. 앞에 앉은 직원이 내게 상황을 물었다. 내가 방이 가득 찼다고 말하자 직원은 술술 말을 내뱉었다.


26일인 오늘은 크리스마스 뭐라뭐라 빠하르간지는 축제라고 모든 숙소가 가득 찼다고 했다. 예약 확정 메일이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사실 알아듣기 힘들었다. 직원인 그는 아그라로 가서 자야 한다고 했다. 다른 도시에 가야 한다고 했다. 아그라는 타지마할이 있는 곳이다. 그러고 아그라에서 잠을 잔 다음 타지마할 투어를 하고 돌아오라는 거였다.


응? 뭔가 계속 혼란스러운데 내가 가진 인도에 대한 선입견으로는 가능할 것 같았다. 숙소가 가득 차서 외국인 못 받아줘요, 뭔가 불가능할 것 같은 논리는 아니었다. 근데, 이게 맞나. 내심 미심쩍은 마음이 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데이터는 계속 말썽이었다.


유심을 몇 번이나 다시 꼽고 사용하자 데이터가 되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인도 여행 단체 채팅방에다 도움을 청했다. 내 전화번호까지 올려가며 아무나 도움을 달라고 했다. 직원인 그는 내게 300달러를 요구했다. 나의 여행경비는 300달러, 이대로면 첫 날만에 다 뺏길 터였다. 그는 내게 선심 쓰듯 200달러만 달라고 했다. 이 사짜 새끼가


다행스럽게도 단톡방에 누군가가 내게 전화를 해줬고 거기 사기라는 말을 해줬다. 그 말을 듣자 안심이 되었고 홀가분하게 그곳을 나올 수 있었다. 릭샤를 타고 빠하르간지로 가고 싶었는데 문제는 아까 그 릭샤였다. 다시 뉴델리역으로 가려고 하길래 중간에 내렸다. 돈을 꽤 많이 요구했던 것 같은데 일단 벗어나고 싶어서 줬던 것 같다. 그러곤 지나가는 릭샤를 탔는데 300루피를 요구했다. 우버 요금으로는 30루피인가 50루피인 거리였다. 나는 그래서 못 주겠다고 하자 그가 위협적으로 나왔다.


지나가는 인도인이 보이길래 붙잡고 내가 이 금액이 맞냐고 물었지만 내 짧은 영어로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도인은 인도인 편이었다. 내가 지도를 보여주며 고작 이 거리 왔는데 300루피가 말이 되냐고 하자 인도인은 그저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때 동양인이 지나갔고 일본인이었다. 내가 도움을 청했고 그렇게 우리는 두 팀으로 나뉘어 싸움을 연속할 줄 알았으나


일본인인 또한 300루피를 내라고 말하는 거였다. 난 그렇게 두 팀이 아닌 알고 보면 나 혼자와 나머지 팀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 그런데 내 수중엔 아마 200루피 정도 있었던 것 같다. 300루피가 어차피 없다고 했다. 그래서 가진 200루피를 줬다. 후에 알고 난 것이지만 당연히 이건 바가지였다. 우버 요금도 실제보다 더 비싸게 나오는 것이고 현지 요금으론 아마 30루피가 안 나왔을 것이다. 빠하르간지에서 인디안게이트까지 150루피면 해결될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어쨌든 숙소를 찾아갔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까지 어쨌든 왔으니까 계속 걸었다. 걷는데 또 릭샤 아저씨가 찾아왔다. 하, 그만 날 좀 괴롭혔으면 했다. 시간은 이미 밤 11가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야심한 밤에 그렇게 돌아다닌 것이었다. 릭샤 아저씨는 내가 가는 길을 막으면서 이쪽은 길이 없다고 했다. 그 말을 내뱉기엔 나보다 한 스물 걸음 앞서 걷고 있는 아저씨가 보였다. 내가 저 아저씨를 가리키며 걷고 있잖아요, 하니까 릭샤 아저씨는 위험하다고 했다. 누가 봐도 당신이 제일 위험해 보이는데 할 말이 없었다.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보자 모퉁이만 돌면 나의 숙소가 보였다. 걷더라도 길어봐야 5분 거리였다. 아저씨는 자꾸 나에게 말을 걸었고 태워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탔다. 공짜라고 해서 탔지만 아저씨는 내게 내려주면서 네가 나에게 돈을 준다면 기쁠 것 같다고 했다. 어디서 이런 영어를 배워왔지 싶었다. 아, 그래서 그냥 수중에 50루피가 있어서 줬던 것 같다. 10루피도 안 나올 거리긴 했는데 그냥 빨리 숙소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잔돈을 덜 주는 거였다. 하, 다음 날 아침 10시에 여기서 다시 주겠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새로운 사기일까.


이쯤되면 내가 사실 잘 못 알아듣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자기가 내일 투어를 해주겠다는 거였다. 레드 포트, 인디안 게이트를 자기가 투어해주겠다고. 내려줄 기미가 보이질 않기에 그냥 약속했다. 그러자 그가 덜 준 잔돈을 마저 주었다. 왜 자꾸 선심 쓰는 척이지.


숙소에 도착하자 동양인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자 한국인이었다.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생각하니 나 사기 당하기 직전까지 당하고 왔어요라는 말이기에 내뱉질 못했다. 숙소는 한국인에게 유명한 곳이었는데 깔끔했지만 너무 시끄러웠다. 그렇게 첫 날 밤 나는 잠을 자질 못했다. 에어팟을 꽂고 잠을 자도 바깥에서 울리는 크락셀 소리를 이겨내질 못했다. 뉴델리의 겨울은 추웠다.


눈이 아팠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눈도 아프다는 걸 알았다. 아침 일찍 떠났다. 나빈 가게 오픈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걸으면서 좀 생각하기로 했다. 모닝 짜이를 마시면서 생각하는 중 어떤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5마디 나누고 알게 된 건 그도 릭샤 아저씨였다. 자신의 릭샤를 헬리콥터라고 했다. 뭘 자꾸 태워주겠다는 건지, 나는 탈 마음이 없다고 했다. 나빈가게 이 앞인데 왜 타냐고. 그가 10루피에 해주겠다고 해서 그냥 타기로 했다. 그러곤 또 외국인 센터 앞에 내려줬다. 시바 ㅋㅋ


내 돈을 노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난 인기가 많았구나. 뭐 어제 겪은 경험 덕인지 여기는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나 영어 몰라요 에베베베


코넛 플레이스에 어쩌다 도착하게 되었다. 아침이나 먹을까 싶어 할다림스(?)를 갔다. 인도의 프렌차이즈였던 곳이었는데 문제가 또 생겼다. 나의 짧은 영어와 인도인의 영어 발음. 영어듣기가 매번 지옥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어떤 여대생의 도움으로 주문도 하고 밥도 먹었다. 사실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실감 났다. 진짜 여행은 오늘부터겠구나. 오픈부터 꽤 많은 사람이 있었고 중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어제 호텔에서 봤던 관광객이었는데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물티슈 한 장을 빌렸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중국인 관광객이 테이블을 물티슈로 닦곤 더럽다고 놀라는 거였다. 중국인도 인도인의 위생을 놀라워 하는구나.


그렇게 문 닫힌 코넛 플레이스를 돌아다니며 빠하르간지로 다시 돌아갔다. 이때도 자꾸 릭샤 기사가 쫓아왔다. 순수한 의미 그대로 진짜 쫓아왔다. 그래서 나는 릭샤가 들어올 수 없게 인도로 튀었다. 요즘 당근에서 경도가 유행이라는데 인도에서 정말 실컷 즐겼다. 짐도 있던 터라 진짜 난 도둑 같았다.


그 다음부턴 사실 술술 풀렸던 것 같다. 첫 날 경험 덕인지 빠하르간지에서 말 거는 대부분의 사람을 무시할 수 있었고 나빈을 만나고 나서는 환전도 하면서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나빈이 바쁜 관계로 점심을 지나서야 악샤르담에 나는 도착할 수 있었다. 악샤르담을 구경하고 저녁에 돌아오는 길 낮에 봤던 일본인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다시 빠하르간지로 돌아왔다. 그러곤 다음 날, 뭄바이로 떠나기 위해 다시 뉴델리 공항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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