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인도 이야기의 세 번째다. 저번 이야기에선 뉴델리에서의 마지막 밤 얘기까지 한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더 추가할 것이 있어서 밤 이야기부터 이어서 가려고 한다.
인도에 도착하고 두 번째 아침을 맞았고 환전을 위해 나빈가게를 들릴 예정이었다. 그러고 뉴델리에서 가기 좋은 관광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갈 예정이었다. 생각보다 환전에 시간이 조금 걸린 터라 여러 군데를 가기 어려웠고 나는 악샤르담에 갔었다.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밤이었다. 이대로 뉴델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아쉬웠다.
머무르는 숙소의 1층에 로비로 갔다. 거기 관리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사람을 동행할 수 있냐고 했다. 자꾸만 인도의 밤은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은 터라 혼자서 돌아다니긴 무서웠다. 무엇보다 릭샤가 나를 이상한 곳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첫 날의 부작용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숙소에서 어쩌다 가드(그는 자기를 가드너라고 했다)를 동행했다. 목적지는 인디안 게이트. 릭샤를 이용해서 150루피로 갈 수 있었다. 가드너가 처음엔 이름인가 했지만 가드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덩치가 컸고 무서웠다. 그렇게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을 뚫으며 인디안 게이트에 도착했다. 30분 정도 걸린다고 말했던 것 같지만 실제론 15분 정도만 달렸던 것 같다. 칼치기가 엄청난 운전자였다.
도착한 인디안 게이트는 평범했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던 탓에 그냥 멀리 반짝이는 조형물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꽤나 많은 사람이 있었다. 거기에선 풍선과 장난감을 파는 상인도 보였고 음식을 파는 상인도 있었다. 나는 거기서 빠니뿌리를 먹어 보았다. 가드너는 내게 빠니뿌리를 추천했고 안전하다고 했다. 유튜브에서 많이 본 음식이었다. 동그랗게 만든 감자 전분(?) 같은 거에다 초록색 물을 담아주었다. 맛은 신기했다. 유튜브에선 다들 맛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도 가장 맛있었던 음식 중 하나였다. 맛이 뭐랄까, 진짜 다양했다. 달고 시큼하고 짜고 맵고 모든 게 다 있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조화로웠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관광지인 탓인지 시장보다는 조금 비쌌던 것 같다. 6개인가 5개를 줬는데 한 번에 하나씩만 준다. 한번에 6개를 채워주진 않았다. 먹고 나면 상인께서 하나를 다시 담아주는 식이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다시 숙소가 있는 빠하르간지로 돌아왔다. 교통을 포함해서 1시간 안팎이었던 것 같다. 숙소에선 500루피 이상을 요구했다. 가드를 동행하면 500루피 이상이라고.
부르는 게 값일 거로 생각했다. 사실 이 관리자는 내가 체크인할 때부터 자꾸만 가이드를 섭외해주려고 했다. 내가 체크아웃을 새벽 4시에 해야 한다고 할 때도 거절했다. 음, 그럼 난 어떡하라고..
이유는 간단했다. 다음 날 새벽 나는 공항으로 가야 했다. 뭄바이로 가기 위해 국내선을 이용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07:30 비행기인가 그랬다. 그래서 4:30에 숙소에서 랜딩을 부탁했다. 나빈에게 500루피를 줬고 나빈은 내게 운전자에게 팁을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공항에 도착하자 운전자는 내게 팁을 요구했다. 내가 50루피를 처음에 주려고 하니 그건 아니라고 했다. 100부터라고 했나. 그래서 가진 돈이 그때 200루피라 그냥 다 줬던 것 같다.
인도의 뉴델리를 그렇게 아침에 떠나게 되었다. 공항은 빡셌다. 예매권을 확인했고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뉴델리에서 뭄바이까지는 2시간 비행이었다. 서울에서 도쿄 거리와 같다고 했다. 듣고 나니 비행 시간까지 같았다. 이렇게 들으니 실감났다. 인도는 정말 크구나. 기차로는 15시간이었다.
에어 인디아를 마찬가지로 이용했다. 신기했던 건 기내식이 나왔다는 거였다. 2시간 비행에 아침 7:30 비행인데 밥도 주는구나. 국제선에서 먹었던 거랑 거의 똑같은 게 나왔다. 여긴 비건과 논비건 선택지가 두 가지였다.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똑같구나.
뭄바이 공항은 좀 더 산뜻한 느낌이었다. 경제 수도라는 말이 맞는 건지 느낌이 확실히 다른 도시였다. 뉴델리보다 더 수도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한편으론 관광지라는 게 실감 났다. 일단 파란 하늘이 눈에 띄었다. 공항에 나가자 보이는 야자수는 열대 도시 특유의 관광 느낌이 확실히 실감났다. 여긴 택시도 택시스럽게 생겼다. 택시에 미터기도 있었다.
공항에서 난 csmt 역이라는 곳을 가야 했다. 거기서 기차를 5시간 타고 아우랑가바드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부터 아우랑가바드 공항으로 가는 걸 잡았어야 했는데 계획을 잘못 잡았다. 뭄바이에서 하루를 보내고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기차표가 없었다. 아침에 꽤나 일찍 도착한 탓에 여유롭게 csmt 역으로 갈 수 있었다. 나는 역으로 가는 길을 공항 안에 있는 투어 센터에서 물어보았다. 물어본 내 잘못인 것 같긴 하지만 마땅히 인포메이션이 안 보였다. 남자는 내게 가이드해주고 시간에 맞춰서 csmt 역에 내려주겠다고 했다. 여긴 어딜가든 자꾸 호객이었다.
내가 괜찮다고 하자, 역이 얼마나 넓은데 위험하다고 했다. 여긴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해 보였다.
근데 그 겁이 효과가 있었는지 나는 바로 역으로 갔다. 30분만에 도착한 역, 시간은 약 4시간 정도가 남았다. 흠, 일단 밥부터 먹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잘 안 난다. 아, 갈 때는 블루라인이라는 지하철을 탔는데 굉장히 호화스러웠다. 창구에서 돈 갖고 장난치는 사람도 없었고 무엇보다 깨끗한 지하철 역사였다. 공중화장실에서 돈 받는 아저씨도 없었다. 지하철 안에선 에어컨이 나왔다.
약간 신분당선을 타는 느낌 같았다. 만든 지 오래되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한국인 국룰답게 좌석 맨끝에 앉아 기댄 채 가고 있었다. 와이파이는 되질 않아서 그냥 계속 멍 때리고 있었다. 에어컨이 생각보다 세서 겉옷을 입었다. 여긴 27도까지 올라가는 낮이라 무지 더웠다. 바닷가 근처여서 그런지 조금 습하고 햇볕도 확실히 강했다. 내 옆에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과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중엔 한 가족이 내 옆에 앉았는데 초-중학생 정도 되는 남자 아이가 내 옆에 앉았다.
그 친구는 자꾸 자신의 아빠(로 보이는)한테 귓속말 아닌 귓속말을 했다. 왜냐하면 내 귀에 자꾸 들렸으니까. 무슨 말인진 정확히 모르지만 자꾸 '코리안'이라는 말이 내 귀에 들려왔다. 그러곤 아빠는 아이에게 영어로 말했다. 나랑 친구하지 않을래?
내 머릿 속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가 나를 보고 말을 걸고 싶어해서 아빠한테 도움을 청하는 건가? 아빠는 그래서 자신이 아는 영어를 아이에게 말해준 걸까? 흠, 나는 계속 모른 척하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그래! 나랑 친구하자!"라고 말하며 아이의 동심을 지켜줘야 하는 거겠지?
아빠와 아이는 그렇게 한 동안 머리를 맞대며 영어 대화를 짜기 시작했다. 모르는 척하기 어려웠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하나? 근데 내가 그렇게 신기한가? 아니면 내 착각인가? 알고 보면 이따가 내리는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는 그런 미션이 있는 건 아닐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들은 내렸다. 어?
내 착각인가. 아이는 마지막까지 나를 봤다. 음.. 착각은 아니었나.
뭄바이 남부는 굉장히 유럽적인 건물이 많았다. 영국의 지배를 약 200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 탓에 생긴 건축물일까 싶었다. 역사가 굉장히 예뻤다. 굉장히 예쁜 외관에 비해 안쪽은 청량리 시장 같았다. 뭄바이에서 좋았던 점은 역에서 짐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델리에선 역마다 짐 검사를 해서 귀찮았다.
확실히 뉴델리보단 조금 더 물가가 오른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긴 바가지 씌우는 게 덜한 느낌이었다. 어째서 나는 뉴델리 때보다 돈을 더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뭄바이 역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 기차에 올랐고 5시간 후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약 20시 정도에 도착했던 것 같다. 열차 안에서는 3인 가족이 내 옆에 앉았다. 내 옆에 앉은 친구는 아들로 보였던 친구인데 말이 굉장히 빨라서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았다. 말은 안 통해도 그들은 내가 내리는 아우랑가바드를 놓치지 않고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먹을 것도 주고 기차 안에서 음식을 줄 때도 내 걸 항상 챙겨줬다. 신기한 건 5시간 기차 안에서도 밥도 주고 간식도 주고 차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줬다. 밥을 심지어 2번 줬고 밥을 줄 때마다 간식과 차를 줬다. 아이스크림은 한 번만 줬다, 이게 제일 맛있었는데 ㅜ
밥이 심지어 양이 너무 많아서 난은 항상 남겼다. 물은 1리터짜리 큰 걸 줬다. 신문도 주는 것 같았는데 받아도 읽을 줄 모르니 받질 않았다.
뭔 이야기 거리가 없는데도 쓰다 보니 벌써 이 만큼이나 썼다. 다음 편은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한 밤부터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그러니까 이 날은 12월 28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