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기, 네 번째

그냥 일기

by 수호

28일의 밤, 19시에서 20시 사이에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했던 것 같다. 엘로라와 아젠타 석굴이 있는 관광지역인 탓인지 역엔 사람이 많았다. 어딜 가든 사실 역 앞에는 많은 사람과 호객꾼, 릭샤꾼들이 있었는데 이곳은 더 붐볐던 것 같다.


역사에서 출구를 향해 걸어가는 중 어떤 뚱뚱한 아저씨가 내 옆에 붙었다. 기분 탓일 수 있었지만 그는 점점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 내 옆에 붙어서 길을 걸었다. 내가 슬쩍 그 아저씨를 보자 그 아저씨는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신호를 주고 받는 듯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은 아저씨의 오른쪽에 있는 나를 가리켰다. 도착하자마자 벌써 귀찮아질 예감이 들었다. 호객꾼일 거면 착한 호객꾼이길.


출구가 가까워지자 자연스럽게 어떤 아저씨가 내 앞을 가로 막았다. 키는 170 중반 정도 되어 보였지만 무척이나 마르고 피부가 까만 편에 속한 아저씨였다. 그는 내게 어딜 가냐고 물었다. 예약한 숙소로 간다고 했는데 그가 자기 릭샤를 타라고 했다. 호객꾼인가 역시. 내 옆을 따라온 뚱뚱한 아저씨가 운전사라고 했다. 흠, 어쨌든 뭐든 이동 수단을 타긴 해야 하니까.


문제는 숙소가 굉장히 외각이었다. 역에서 11키로인가 10키로가 떨어진 곳이었다. 도심 쪽이 아닌 숙소인 탓에 고난이 예상되긴 했지만 릭샤 아저씨는 비싼 가격을 불렀다. 너무 비싸다고 하니 돌아올 때 손님을 태워갈 수 없는 지역이라고 했다. 뭔가 납득이 되었다. 콜택시 같은 느낌인가.


숙소에서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했다. 근데 와츠앱으로도 통화가 잘 되질 않았다. 이놈의 유심은 필요할 때마다 데이터가 되질 않았다.


뭐, 우여곡절 끝에 출발도 하고 아우랑가바드의 동네는 신기했다. 도심을 벗어나자 도로와 도로 사이가 끊기는 곳도 있었다. 천연 방지턱이랄까. 도로와 도로 사이가 끊긴 곳이라 모든 차와 오토바이는 방지턱 통과하듯 천천히 넘어가야 했다. 그런 곳이 꽤나 많았다. 고속도로를 타기도 하고 굉장히 많이 달렸다. 아저씨는 가다가 기름을 넣기도 했다. 아, 기름값 달라고 하는 거 아닌가. 역시나 달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는데 릭샤 아저씨는 영어를 몰랐다. 흠, 대충 바디랭귀지 끝에 토탈 금액에 포함된 게 기름값이라는 얘기가 통했다.


기차에서 받은 간식을 아저씨한테 줬다. 아저씨는 받자마자 바로 뜯어서 먹었다. 배가 고팠나. 그러고 계속 달리는데 아저씨는 자꾸 길 가다 멈춰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뭐하는 짓이지. 길을 모르나 싶어서 네비를 보여줬는데 아저씨는 사양했다. 뭐야


무슨 사거리에 도착했다. 어떤 아저씨가 갑자기 우리 릭샤 앞에서 손을 들면 멈춰 세웠다. 릭샤 아저씨 또한 멈췄다. 모르는 아저씨 둘이 릭샤 앞을 막았다. 순간적으로 나는 가방을 세게 움켜잡았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아저씨 둘은 나에게 내리라고 했다. 왜..?


내가 경계 가득한 고양이처럼 눈치를 봤다. 아저씨는 자기가 숙소 관리인이라고 했다. 목소리가 달랐다 그런데. 전화했던 목소리는 분명 이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프로필과도 너무 다르고. 그러자 그는 누군가와 전화를 걸었고 나에게 바꿔줬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숙소 관리인.


그제야 아저씨는 자기가 동생이라고 했다. 어느 사거리에서 나는 릭샤에서 suv차량으로 옮겨 탄 뒤 숙소로 갔다. 사거리에서도 10분은 족히 달린 것 같았다. 숙소는 정말 자연자연한 곳이었다. 포장도로도 없었고 오는 길엔 밤이라 그런지 불도 전부 꺼졌다. 숙소에 도착하자 숲 같았다. 그러곤 이마에 붉은 점을 찍어줬다. 이게 몸을 지켜준다고 했다. 그러곤 4개 있는 방 중에서 가장 왼쪽에 위치한 방을 받았다. 퀸사이즈 침대, 오두막 같은 집. 자연적이었다. 그래서 벌레도 많았다.


숙소에선 저녁을 주겠다고 했다. 사실 기차에서 이미 먹기도 했고 배도 불렀다. 그런데 자꾸만 주겠다고 하니, 이것도 붉은 점처럼 문화적인 어떤 행위일 줄 알았다. 다음 날 400루피를 청구하기 전까진.


괜찮다고 해도 준다길래, 일단 받았다. 오믈렛이었다. 그러곤 야채도 줬다. 그러곤 코카콜라도. 식빵도 토스트처럼 구워주고. 자꾸 주길래 너무 많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의인 줄 알고 남기지 않고 다 먹으려고 했다. 내 돈 주고 먹는 거였으면 억지로 다 안 먹었지. 무엇보다 코카콜라는 탄산이 없었다. 너무 충격이었다. 정말 맛 없었다. 메이드 인 인디아, 인도엔 탄산을 안 넣나.


신기한 건 캔을 딸 때는 경쾌한 소리가 분명 들렸다는 거였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니 숙소 관리인이 나에게 탁구를 치자고 했다. 탁구...? 그는 상당히 탁구를 잘 쳤다. 스핀이든 스매쉬든 깎는 거든 다 자유자재로 쓸 줄 알았다.


거기엔 관리인의 아내로 보이는 사람과 벨보이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벨보이로 보이는 아저씨는 영어를 할 줄 몰랐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굿만 했다. 어째 뉴델리에서 봤던 벨보이가 생각났다. 그 벨보이도 영어를 할 줄 몰라 자꾸만 엄지손가락으로 굿만 하고 노프람브럼이라는 영어 단어만 말했다. 내가 체크아웃 언제 하냐고 물어도 자꾸만 자꾸만 노프라브럼을 말했던 벨보이..


뭄바이랑 비슷한 위도라 더울 줄 알았지만 아우랑가바드의 밤은 생각보다 쌀쌀했다. 13도 정도의 날씨로 기억하지만 경량패딩을 입고 자야했다. 숙소 안엔 난방 시설이 없었다. 물은 샤워기가 아닌 바가지에 담아서 물을 퍼는 시스템인 것 같았다. 여기도 역시 화장실 휴지는 없었다. 내가 달라고 할 때까진 주진 않았다. 그래도 다음 날엔 샴푸도 줬다.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별을 보고 싶었는데 여기도 별은 많지 않았다. 사막을 가야 하는 걸까.


들개가 울타리 너머 짖고 있었다. 여긴 뭔가 야생의 느낌이 강했다. 지나다니는 고양이도 확실히 들고양이 같았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이 밝고 29일을 맞이했다. 이날을 위해 인도를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인도 여행기, 세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