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난 올라갑니다

그냥 일기

by 수호


설 당일인 오늘, 난 아침 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사실 밀린 일을 해결하기 위해 일찍 올라왔지만 역시 쉽게 하진 않는다. 어쩌면 난 태생이 귀차니즘일까.


설에 서울에서 보낸 건 처음인 것 같다. 청량리역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 조용했다. 지하철 안에서도 지나가는 거리에서도 사람이 정말 적었다. 도로에 차는 평소와 비슷한 것 같긴 했지만 확실히 체감 되었다.


부산에서부터 서울까지 올라가는 열차였던 탓인지, 열차는 만석이었다. 나 또한 취소표를 잡기 위해 부지런히 계속 눈팅을 했었다.


청량리역에서 학교로 가는 길, 외국인 한 분의 길을 찾아주고 왔다. 아마 중국인인 것 같은데 너무 당당하게 중국어만 사용하셨다. 그는 내게 지도로 왕십리를 보여줬고 나는 왕십리로 향하는 경의중앙선 라인에 그를 데려다 줬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군인 친구는 내게 양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아침부터 두 명의 길을 찾아주다니 뭔가 괜히 뿌듯했다. 떠오르는 해도 무척이나 밝았다. 해가 너무 밝으면 한해가 안 좋다고 누군가가 얘기했다. 그런가, 이렇게 아름다운 일출이 그런 뜻일까.


세상은 어쩌면, 아니 이미 체감한 것 같다. 아름답진 않다.

어쩌면,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의 2026년을 제 2의 냉전 시대로 보지 않을까.

세계 곳곳은 전쟁 중이고 세계는 우익화 중이다. 트럼프를 필두로 정말 빠르게 체감되고 있다.

일본은 군대를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아시아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이 일본이 될 것이고, 물론 정치는 너무 어렵다. 국제 정치는 더더욱. 내가 아는 거라곤 흠, 오늘 하늘이 무척이나 파랗다는 것?


설에 학교는 더욱 조용했다. 약간 큰 공원을 보는 느낌이었다. 간혈적으로 돌아다니는 마을 주민과 댕댕이.


내일은 피자를 먹을 예정이다. 피잣집에서 생일 기념으로 50% 세일을 한다고 했다.


나이가 어쨌든 들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하는 일이 많아졌다. 내가 쓰는 글을 누군가 수요로 하기도 했다. 나도 그렇다면 글로 돈을 버는 단계가 오고 있다는 뜻이 되겠지. 이게 맞는진 여전히 모르겠다. 이제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은 데드라인, 매일 자판기를 두들겨도 모자랄 텐데 손이 쉽게 움직이질 않는다. 덕분에 난 피륾메이커스랑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내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 게 언제더라. 사실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내가 정말 집중해서 한 게 언제였나 싶다.


발목이 아프다. 신발 탓일까. 그래서 자취방에 도착하자마자 옛 신발로 갈아신었다. 전에는 발목이 안 아팠으니까.


여전히 세상을 잘 모르겠다. 어젠 단양의 구인사를 들렸다. 천태종은 처음 본 것 같았다. 익히 아는 조계종의 절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라마단 불교의 느낌도 나는 것 같았고. 대웅전(?) 같은 곳에 모셔진 불상이 아닌 어떤 사람의 상이 보였다. 그 뒤엔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어쩐지 그 눈빛이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았다. 기분이 별로 좋질 않았다.


거기서 무덤이 있는 곳까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갔다. 30분 정도 산행이었음에도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었다. 무엇보다 무척이나 지쳐 보이는 엄마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세월이 또 흘렀구나.


흘러간 세월을 주워 담기엔 나 또한 곧 서른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내가 보는 유튜브는 여행 브이로그다. 그중에서도 특히 수길따라라는 채널을 요즘 보고 있다. 부모님의 나이보다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가 여행을 하는 브이로그였다. 은퇴 후 여행 브이로거의 삶이라, 멋진 노후 같았다. 그 채널의 소개글은,


마음이 떨릴 때 움직여라, 다리가 떨리면 못 움직인다


우리 부모님도 이제 여생을 즐기실 때가 온 것 같은데, 참 어려운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건 참 욕심이 가득해야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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