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제주에 혼자 살고 숙은 약해요, 라는 시의 등장은 나에게 다소 놀라웠다. 그때가 내 기억이 맞다면 2018년일 것이다. 이원하 시인의 등단과 문학동네에서 빠르게 나온 시집까지. 문단에서 보는 정말 빠른 속도의 대형 신인이었다.
그의 시는 신기했다. 술에 취한 듯한 바이브라고 할까.
제주는 그런 곳이었다. 서울은 영하를 웃도는 날씨지만 제주는 16도까지 올라가니까.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 이국적이었다. 쨍쨍한 태양과 야자수가 반겨주는 풍경은 겨울을 잊게 만들어줄 정도였다. 분명 김포 공항에선 안개로 둘러쌓인 영상 2도였던 것 같은데 제주는 어떻게 16도나 될까. 날씨가 더워 웃옷을 벗게 만들었다. 역시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바람이 아니라 태양이었다. 나는 입고 있는 후리스마저 벗고 싶을 만큼 더웠다.
공항에서 버스로 10분을 가면 동문시장이 나왔다. 어딜 가든 귤과 한라봉이 보였다.
겨울이 아닌 봄을 갑자기 맞이한 탓일까 나 또한 술에 취한 것처럼 텐션이 올라갔다.
그렇게 제주에서 2박 3일을 보내고 올라왔다. 22일부터 24일의 짧은 여행, 부모님과의 제주도 여행은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았다. 성수기인 탓인지 공항 안에도 비행기 안도 정말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중문에 숙소를 잡았다. 서귀포 왼쪽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제주도 섬을 기준으로 하면 남쪽이었다. 이틀은 그렇게 서쪽과 남서쪽, 남쪽에서 놀았던 것 같다. 정확히는 거의 남쪽에서 지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약천사였다. 법당이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곳이라고 했나, 그런 곳이었는데 거기에 시고르자브종 두 마리가 있다. 3개월도 안 된 새끼. 사람이 옆에서 만지든 뭘하든 그냥 자고 있는 똥강아지들. 너무 귀여웠다. 사람을 경계하기는커녕 모든 걸 내줄 만큼 편안하게 잠자고 있었다.
제주도의 자연은 아름다웠다. 바다가 코발트 색인 곳도 있었다. 열대 기후에서나 볼 수 있는 자연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송악산은 가볍게 걷기도 좋았고 경치도 예뻤다. 이상하다, 옛날엔 사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이렇게 눈에 들어오질 않았던 것 같다. 어딜 갔는지도 기억도 안 나곤 했는데 이번 여행은 주체적으로 접근해서인지 많이 보고 즐겼던 것 같다.
패키지 여행은 가이드를 따라간다. 가이드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것들을 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았다. 자유 여행이 힘들더라도 직접 찾고 떠나는 것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나에게 인도는 그런 곳이었다. 직접 찾아 떠나는 모험 같은 것. 반면 몽골에선 가이드를 따라다닌 탓에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뭔가 본 건 많은데 그게 뭐였는진 몇 년이 지나자 기억이 흐릿해졌다.
제주,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자꾸 제주로 떠나 삶을 살기로 했는지 이해가 갈 것 같다. 육지를 벗어나면 이런 곳이 있었다. 겨울엔 역시 따뜻한 곳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