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근로

그냥 일기

by 수호


학원을 그만두고 학교 과사에서 근로를 하게 되었다. 너무 손해보는 딜교 같지만 학원에서 일하면서 대학원을 감당하긴 힘든 게 사실이었다.


첫 날이라 사실 잘 모르겠다. 꿀이길 바라고 온 건데 너무 편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 옆의 근로는 50분도 안 하고 수업 들으러 가기까지 했다. 나도 학부생 때 근로나 할 걸.


나는 교내 근로가 계속 불발된 탓에 교외 근로를 했다. 사실 시급도 좋고 여러가지로 나쁘진 않았는데 한 곳이 나빴다. 그곳은 거의 1-2달 만에 그만둘 정도였고 그곳은 매번 근로 학생을 추가로 구하는 곳이었다.


그런 경험 탓인지 고학년 때는 근로를 안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냥 밖에서 알바를 했던 것 같고 그래서 학교 안의 일을 잘 몰랐다. 그렇게 졸업까지 하고 나니 더더욱 학교를 잘 몰랐다.


그러다 대학원을 가게 되었고 알기 싫어도 자꾸만 학교를 알아야 했다. 자잘한 업무가 늘었고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졸업 논문을 써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올해만 다니면 졸업인가, 졸업할 수 있겠지? 양가 감정이 둘다 드는데


오늘은 날이 너무 따뜻하다. 적당히 따뜻해야지. 입고 온 겉옷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학교는 확실히 개강하니 활기가 돌고 있다. 이곳저곳에서도 자꾸 뭔가 이벤트가 있다. 여기저기 과잠이 보인다. 심지어 과잠이 빨갛기까지 한다. 빨간 과잠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데, 새내기라니.


나도 저랬던 적이 2018년이었나. 과사에 있으니 생각보다 학부생 애들을 보게 된다. 과방 옆에 위치한 과사라 그런지 과방의 소음도 잘 들린다. 이게 3월의 캠퍼스구나. 시끌벅적하고 활기 차고.


고삼 때는 대학이 그렇게 중요했던 것 같은데, 이게 뭐라고. 학원에서 일하는 1년 동안 학생들에게 대학의 존재는 실로 엄청났다. 서울의 있는 학원이라 그런지 인서울에 대한 집착 내지 당연함도 보였다. 대학, 그땐 되게 중요했던 것 같고 들어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모두가 빨리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좋은 곳에 취업하는 건 아니니까. 물론 옛날에도 그렇긴 했겠지만 지금의 모습은 뭐랄까, 정말 별개가 된 것 같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문처럼 느껴지는 관문이 되었고


낭만? 글쎄.


캠퍼스에서 술 마시는 건 금지된지 오래되었다. 누군가는 술을 낭만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대학 생활에서 술을 빼면 얘기할 게 별로 없긴 하다.


그래도 다들 과잠 입고 삐약삐약 귀여운 새내기들로 가득한 캠퍼스인데, 얘내들도 몇 년 뒤면 열심히 고심하겠지. 자기 나이를 객관적으로 보는 건 참 힘든 것 같다. 23살도 미래의 비전을 어둡게 생각하는 게 대학교 4학년이니.


아, 내 코가 석잔데 뭐라는 걸까.

근무 태만 그만하고 다시 책이나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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