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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호 Feb 01. 2023

시가 되지 못한 글을 위해

그냥 일기


오지 않을 연락을 기다리는 건


썩 단단한 일이라


바위처럼 흔들지지 않았다


깃발처럼 흔들리는 건 내 마음이었고


내 마음이 낳은 세상은 휴대폰이었다


언젠가 울릴 카톡을 기다리다



시를 쓰지 못하게 됐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니, 정확힌 안 쓰게 된 걸지 모른다. 더는 늘지 않는 실력이 보이게 됐고 발전하지 못하는 나에게 환멸감을 느낀 걸지 모른다. 그래서 저런 걸 쓰면 시로 퇴고할 생각을 안 하고 멈추게 된다. 시로 바꾸는 방법을 까먹게 됐다. 쓰고 나니까 유치환의 바위에서 본 키워드가 떠오른다.



포스팅에 재미를 들이고 있는 중이다. 사실 뭐 재미는 없다. 그래도 요즘은 행복하다. 이 행복이 언제 깨질지 몰라 불안할 뿐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겼고 계속 알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경험 탓인지, 자꾸 고슴도치처럼 난 소극적이 됐다.








XXXTENTACION - Ayala (Outro) (Audio)






텐타시온을 어떻게 설명할까 하다 가장 좋은 댓글을 발견했다.


내가 듣는 음악을 공유하고 그가 듣는 음악을 나도 듣고 싶어졌다. 같이 밤바다를 보면서 같은 음악을 듣는 상상은 내 오랜 연애의 버킷리스트였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나와 같은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사실 그걸 떠나서 밤바다를 같이 연인과 본 적이 없다. 검정치마의 음악을 들으면서 밤을 함께 보낸다는 건 내 생각보다 어려웠었다.



시가 되지 못한 글들은 꼭 나 같아 보였다. 몇 주 전 학교에 갔다 교수님을 마주쳤다. 열심히 하고 있느냐는 안부 인사에 난 촬영 얘기를 꺼냈다. 교수님은 당황한 듯했다. 시 얘기로 안부를 꺼낸 교수와 배우로 안부를 얘기한 학생. 말하고 깨달았다. 아, 내가 말한 적 없었지. 어쩌면 떳떳하지 못해서 얘길 못한 걸지도 모른다.



떳떳하지 못한 글을 올린 건 처음이다. 시도 일기도 뭐도 아닌 저런 끄적인 글을 올린 것 말이다. 부모님한테 난 떳떳한 자식일까. 연기를 계속 한다는 건 자신과의 투쟁같다. 나의 그런 사정을 아는지 아빠는 한 번 얘기한 적 있다. 쟤(어떤 배우인지 모르겠다)처럼 돈 많으면 된다고. 그럼 십 년이고 몇 년이고 계속 하고 싶은 연기하다 운 좋으면 저렇게 성공한다고.



물론 그 배우의 모든 걸 운으로 치부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지망생들은 적잖이 공감할 거다. 받쳐진 자본만 있다면 마음 놓고 계속 도전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못하기에 떳떳하지 못한 거니까.



에브리타임을 처음 알게 됐을 때 새로웠다. 익명의 공간이지만 학교 학생들이라는 은근한 끈끈함이 존재할 줄 알았다. 대학교 4학년이 되면서 느낀 건 익명이지만 익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난 그게 어떨 때는 무서웠다. 익명임이 지켜지지 않는 익명 속 공간은 꼭 내가 마녀가 될 것만 같았다. 언제든 사냥이 시작될 것 같았고 그 끝엔 광장 속 묶인 채 불에 타는 내가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u7KbVshYNo&list=RDMMP4XcSX2dmNo&index=7






곧 봄이 올 것만 같다. 버스커버스커의 저 앨범은 싫어할 수가 없다. 벚꽃엔딩으로 요즘 애들은 많이 알겠지만, 곡 하나하나에 담긴 감성이 너무 좋았다. 그중에 난 2번 트랙 '첫사랑'이 제일 좋았다. 첫사랑을 표현한 수많은 곡이 있었지만 장범준의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최용준 콘서트를 간 적이 있다. 가장 놀랐던 건 라이브로 진행한다는 거였다. 힙합에 익숙하고 힙합 콘서트에 가본 나에겐 라이브로 진행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다. ar? 뭐라고 하지 음원 틀어놓는 걸.. 어쨌든 그게 래퍼들에겐 당연한 방법에 가까워 보였다. 내가 본 래퍼 중엔 해쉬스완만이 오직 자신의 목소리로 했었는데.. 어쨌든 최용준의 라이브는 놀라울 뿐이었다. 저 나이에 저 고음에 저렇게까지. 실력에 태클을 걸 수는 없겠구나. 왜 어르신들이 요즘 가수와 옛날 가수를 비교하는진 알 것 같았다. 그렇다고 요즘 가수가 노래를 못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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