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괜한 걱정

by 이반림

스며들어 왔군,

호흡엔 무게가 있어

자세를 취한 자리에서 습기가 돋는다


아래에 매트가 깔려있어

습기가 차지 않을 거란 말은 틀렸다

이완을 소유하고 축소를 나눈다

숨을 쉬고자 고개를 들어 올리니

가쁜 호흡이 쌓인다

봄의 기착지에 이미 녹은 몸짓이다

흩어진 것들은 비로소 뭉칠 것이다


지난겨울, 새 떼의 이동을 기억하는 것처럼

모든 찰나를 몸의 언어로 기억한다

다시 돌아올 땐 반가운 인사도 필요 없다

내 리쉬고 마시고 다시 내 리쉬고 마시고

그저 반복과 수련


들러붙은 옷깃이

호흡과 호흡 사이 어딘가 흔들린다

옷깃에 숨겨둔 지난 고통의 순간들이 흔들린다


'또, 항생제를 먹어야 합니까?'

대답 없는 웃음에 꿀꺽 삼킨다

모르는 사이에 약기운이 전체로 퍼진다

쓴맛에 흘러버린 침방울이

매트에 고여 몸을 뉠 자리를 침범한다


어느새 세포 사이사이에 돌연변이 하나가 자꾸만 침투하고

머리칼이 흩어져 하루의 흔적을 남긴다


숨 쉬고 호흡하다,

조심스레 찾아온 안정은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지난날들을 펼친다

거기에는 아름다움보다 아쉬움이 많아

시청을 거부하고 싶지만

진이 빠져 그럴 수도 없다

매일 그렇게 잠이 든다

나을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최대한 외면한다


분주한 슬리퍼 소리가 들리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나 걱정하곤 한다

흰옷의 무테안경을 쓴 사람이

오늘 마지막을 고할지도 모른다


밝은 표정을 연습한다

그래야 누구의 잘못도 아닌

존재론적 삭제를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다


천천히 숨을 뱉으면,

아무 말 없이 하루가 흘렀다

연명을 했다는 증거


아직은 가진 것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지 않아도 된다

운동성은 점점 둔탁해

동물인지 식물인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호르몬 치료를 멈추고,

뿌리 곧게 뻗을 연습을 한다


그렇게 상관없는 방 한 칸에서

운동성이 사라진 동물 하나가 죽어가고 있다


여기,

아니 거기.

그러니까,


이후의 삶은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지금은 다시 피어날 필요가 없다.



이 시는 제 직접적인 이야기가 아닌,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지켜보며 상상했던 시간의 일부를 옮긴 것입니다.

회상이 겹쳐 있는, 어쩌면 관찰자의 자리에서 기록한 글입니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