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사랑하는 이들이 줄을 지어
희미해진 곳으로 걷는다
동공마다 마른 빛을 매달고
다행히
아는 얼굴들은 아직
기억 속에서 또렷하다
나는 멀리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그들을 본다
*
누군가 내게 사유를 묻는다면
그저 '여유 없음'이라
건조하게 답할 것이다
무리에 낙오자가 생기지 않을까
저 백발의 신사는 오늘도
외줄을 타듯 경계 위로 발을 옮긴다
누군가 걸음을 늦추면
그는 아무 말 없이 곁에 선다
그리고 다시,
침묵으로 줄의 끝을 바라본다
행렬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흘러
희미한 소실점 너머로
사람들이 하나씩 소거된다
나는 나무 뒤에 서서
그 풍경이
풍경이 아닐 때까지
지켜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누가 있었는지
더는 구분되지 않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