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가 궁금하신 분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에 관심이 있으신 분
우리는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항상 직면해야만 하는 단계들이 있죠. 바로 온보딩 단계인데요.
우리는 온보딩 단계에서 게임에서 제공하는 튜토리얼과 각종 안내를 받으며, 뉴비 유저로서 거듭나게 됩니다. 캐릭터가 성장함에 따라, 혹은 레벨이 오름에 따라 하나씩 콘텐츠가 해금되죠.
여러분은 '왜 온보딩 구간은 비슷한 양의 콘텐츠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 없나요?
저는 새로 시작한 게임을 플레이 하다가 문득 '왜 뉴비에게는 모든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는걸까? 나 같은 뒤틀린 황천에서 온 뉴비들이 즐비할텐데...!'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게임 한두번 쳐본 것도 아니고(?ㅋㅋ) 저처럼 초반부 살짝 해보면 '대충 이런 게임이겠다.' 하고 그리는 유저들이 꽤나 많을텐데, 한꺼번에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보다 빠르게 게임의 재미를 탐색하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그런데 온보딩에서 한정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차근차근 해금하는 것에 UX 요소가 숨어 있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오늘은 온보딩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행동경제학, 심리학 요소 중 첫번째인 '온보딩 단계에는 왜 한정된 콘텐츠만 해금돼 있을까?'를 주제로 얘기해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온보딩과 관련해 궁금증을 품고 있었고, 해소하지 못하고 그대로 잊고 살았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크로스플랫폼 오픈 월드 RPG 장르인 B게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간단한 이동 조작과 공격 조작을 배운 뒤,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수하게 많은 드넓은 세상에 갓 던져진 저는 할 게 너무 많아서 뭘 해야 할지 한참 고민이 됐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막상 즐길 거리가 즐비한 오픈 월드에서 저는 도리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요. '아, 이래서 게임들이 초반부에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고 차근차근 학습하게 하는구나!' 하고 깨달음을 얻었답니다.
이렇듯 인간은 선택의 가짓수가 많아지면 선택의 행동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이것을 우리는 힉의 법칙(Hick's Law)라고 부르죠. 이는 영국의 심리학자 힉이 10개의 램프가 있는 테이블에서 5초 간격으로 임의의 램프가 켜지게 하고 사용자가 그것을 누르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실험에서 비롯됩니다. 이 때, 램프의 개수를 2개에서 10개까지 변화 시키면서 사람들이 선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의 변화를 계산했더니, 램프의 개수가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실험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출처 : 위키백과)
흔히들 Hick's law 하면 가장 많이 드는 예시는 노인용 리모콘 사진인데요. 구글에 'grandpa's remote controller'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눈이 잘 보이지 않고 리모콘이 익숙하지 않은 할아버지를 위한 꼭 필요한 기능을 제외하고 가려버린 모습입니다. 비록 기존 리모콘에 비해 멋지거나 많은 기능을 수행할 수 없어져 다소 웃프지만, 유저에게 당장 필요한 기능만을 강조하는 것이 찐 UX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선택과 가짓수를 주제로 한 이론이 하나 더 있는데요.(저만 재미있어서 신난거 아니죠?)
바로 미국의 심리학자 쉬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의 '선택의 가짓수' 실험입니다.
실험에 대해 간략하게 요약하면, 연구팀은 6가지 잼을 판매하는 매대와 24가지 종류의 잼을 판매하는 매대를 만들어 어느 쪽이 손님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구매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손님의 60%가 24가지 잼을 진열한 부스에 관심을 보였고, 40%가 6가지 잼을 진열한 부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종류의 잼이 진열돼 있다면, 형형색색의 잼들이 진열돼 있으면 예쁘기도 하고 눈이 가긴 할 것 같네요.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실제로 구매하는 확률은 24가지 부스가 3%, 6가지 종류의 부스는 30%의 손님이 구매했다는 사실입니다. 신기하죠? 진열하는 상품 종류의 수가 적을 수록 구매까지 전환되는 인원수가 는 것이죠.
누군가의 행동(선택)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선택지를 줄이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게임사가 유저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는 온보딩 시스템을 설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부에 하나씩 학습하고 재미를 느끼는 과정에 유저가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테니까요. (물론 오픈 월드 RPG는 장르의 특성이 명확해서 의도대로 설계된 것이죠.)
오늘은 어떻게 하면 뉴비 유저가 게임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하는지에 관한 온보딩 속 행동경제학, 심리학 요소를 살펴보았는데요.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선택지가 적다는 것은, 결국 유저가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뚜렷해진다는(=그 다음 목표로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는 듯 합니다.
또한, 선택지를 줄일수록 선택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게임이 아닌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일 수 있는데요. 마치 좋아하는 대상에게 "YES"라는 대답을 받기 위한 모 걸그룹의 노래 가사 "둘 중에 하나만 골라 YES or YES"처럼요!ㅎㅎ
다음에는 또 다른 '온보딩 속에 숨어 있는 행동경제학, 심리학 요소'와 관련한 이야기를 가져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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