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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May 21. 2023

왜가리

너로 인해 곧 죽은 가지에는

새순이 돋을 것이다

새 순이 자라면 넌 곧

미련없이 날아 오를 것이고

미동 없는 너로부터

긴장은 하늘로 푸르게 번져간다

이미 떠날 것을 아는 이의 쓸쓸함

느낄 새도 주지 않는 것은

오래된 너의 마음씀이겠지


가지에 다리를 접붙이고

노란 부리를 피워내는 것을

물안개 자욱한 어느 아침에

너는 남 몰래 했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죽은 것과 연결되어

사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겠지

산 것과 죽은 것의 경계를

그렇게 물안개 속에 감추고

너의 외소함을 죽은 나무에 기대어 사는구나


왜 가려하니

그래서 왜가리인 것인가

난 널 보지 못했다

너도 날 모르척 해주길

왜 가려하니 묻지 않을테니

거기서 계속 부리를 피워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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