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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May 28. 2023

술을 마시는 까닭

술을 마시는 까닭


비는 점이 아닌 선

시간을 끊고 내린다

이제 세상은 상영 중이 아니다

비가 드리운 어둠 속에서

현상한 오래된 몇 장의 사진

소중할 거라 생각했던

장면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폭우라도 쏟아지면

스크래치 난 사진마저도

건질 재간이 없다

나에게만 유효한 시간

세상은 비에 녹아버리고

이제 비와 나만 남았다


비가 내리면

시간을 따라 움직이던 나는

고장나버린다

세단기로 잘려 나간 시간은

원망보단 상처를 남기고

난 알콜로 상처를 닦아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비 오는 날

내가 술을 마시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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