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같은 비가 땅을 치고
골목 자욱하게 먼지 오르면
신주머니 쓰고 210문 작은 발 내달았다
처마 밑 제비가 기꺼이
아랫목을 내어준다 부르지만
버티고선 담벼락은
비와 나를 밀어낼 뿐
담벼락 밖의 나는 닿지 못하는 처마보다
그래서 담벼락 네가 더 미웠다
260문 신발로 내달을 땐
미웠던 너는 없었다
제비도 처마도 보이지 않았다
너보다 몇십 배 큰 거인들이 버티고 서 있을 뿐
수백 개의 눈을 가진 거인은
밤낮으로 눈을 부릅뜨고
어떤 것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
장대비가 내 몸을 때려도
신주머니 하나 없는 나는
눈이 무서워 눈을 내리깔고 달릴 뿐이다
그래서 제비가 그리웠다
거인들만 사는 나라 강남에
제비는 가지 못했을 것이다
처마가 없어 집이 없어
갈 곳이 없으니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260문 신발의 깊이 만큼
나와 제비에게 내어준 처마가
그래서 그리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