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의 건축가 Aug 31. 2023

장소의 발견


빈 방에

창문을 넘어 들어온

햇빛이 앉아 있었다

방의 주인은 햇빛의 무례를 꾸짖는 대신

그 옆에 작은 탁자를 놓아주었다

마주 앉아 차담을 나누려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햇빛을 피하고 싶은

탁자의 마음을 알아챘던 것일까

햇빛이 앉아 있어도 빈방이었던 그곳은

탁자가 놓이며 빈 방이 아니게 되었다

그 고마움에 방의 주인은

책 몇 권을 주고 따뜻한 차 한 잔 내주었다

탁자는 어젯밤 눌러쓴 손 편지를 기억했고

방의 주인은 탁자를 닦으며

영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방은 비로소 장소가 되었다


#시쓰는건축가 #장소의발견 #무위재

작가의 이전글 망미 농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