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에
창문을 넘어 들어온
햇빛이 앉아 있었다
방의 주인은 햇빛의 무례를 꾸짖는 대신
그 옆에 작은 탁자를 놓아주었다
마주 앉아 차담을 나누려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햇빛을 피하고 싶은
탁자의 마음을 알아챘던 것일까
햇빛이 앉아 있어도 빈방이었던 그곳은
탁자가 놓이며 빈 방이 아니게 되었다
그 고마움에 방의 주인은
책 몇 권을 주고 따뜻한 차 한 잔 내주었다
탁자는 어젯밤 눌러쓴 손 편지를 기억했고
방의 주인은 탁자를 닦으며
영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자 방은 비로소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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