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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Sep 06. 2023

무화(無化)


당신과 내가 헤어짐으로

잃은 것은 당신 만이 아닙니다

당신이 만든 종이집이

타버린 것이고

그 안의 모든 것

함께 재가돼버린 것입니다


계실 때 그 집은

단단한 벽돌집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간악한 늑대가 부는 바람에도

견뎌내고

따가운 햇빛의 열기마저도

식혀주는


모두 재가 되니

그건 제가 꾸던 꿈이었나 봅니다

무너진 것은 추억이라는

잔재라도 있어 다행입니다

당신의 냄새를 지운

매캐한 연기가 안개인 듯 구름인 듯

허공일 뿐입니다


#시쓰는건축가 #보통의건축가 #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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