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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건축가 Aug 02. 2022

면목동 상가주택 'VARANDA'

설계부터 시공의 과정까지,  농사 짓 듯 그렇게 함께한

2020. 05

중랑구의 세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중랑구 단독주택지에서 보기 드문 큰 땅이다. 

건축주의 아버님은 수십년 전 두개의 필지를 합하여 점포주택을 지으셨고 이제 아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새롭게 상가주택을 신축하려한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또 한번 느끼는 바는 집은 가족의 삶을 담는 그릇임에 분명하지만 누구의 삶을 담을지가 특정되지 않는 임대주택에서는 건축설계자 스스로가 부동산,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 가치를 끌어 올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른바 허가방과 싸워볼 여지가 생긴다.




2020. 06

면목동 상가주택 가칭 ‘varavnda’ 1차 계획안. 

상가부터 주거까지 모두 베란다를 갖는다. 

보이는 곳에서는 주거의 표정을 지우고 베란다 뒤에 다채로운 일상을 담아내려는 시도이다.




2020. 07

bim을 하지 못하는 우리에겐 스케치업 은 아주 유용한 디자인 툴이다. 

조금씩 디테일을 수정하고 창의 비례를 조정하고 빛을 확인하며 어루만지고 있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즐겁다.

이 맛에 건축 설계를 하나보다.



2020. 10

오늘 드디어 면목동 ‘varanda’의 시공계약이 끝났다.

여러 업체가 애써 주셨는데, 그 분들께 송구하다.

건축주가 큰일을 결정하고 끝내신 기념으로 선물을 놓고 가셨다.



2021. 04

면목동 상가주택 ‘varanda’는 2층 타설을 마치고 3층 먹을 놓고 있다.

내부가 일부 변경되 확인 차 들러 검측한다.

2층은 일부 유로폼 노출 구간이 있고 라운드로 되어 있어 신경이 많이 쓰이는 구간이었는데 타설 상태가 몹시 궁금하다.

집의 얼굴 부분인데 부디 곰보가 아니길.




2021. 06

일정보다 좀 늦었지만 창호 설치가 시작되어 점검차 들렸다.

내부 필름 색상도 괜찮고 생각보다 예쁘게 나왔다 좋아했는데, 아뿔사 베란다 위치에 설치된 창호가 단열재 두께를 반영하지 못한채 설치되어 있다.



이런이런..

도면에 표시된 날개벽이 시공되지 않아 창호 실측 때 이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재시공이 불가피하다.


내 마음에 들고 안들고의 문제로는 재시공을 지양한다.

마음에 들게 하기위한 여러 방식(도면, 디테일 협의)을 거친 결과물이 그렇다면야 강하게 재시공이나 보완을 요구하겠지만 그런 근거도 없이 관심법으로 시공해주기를 기대하는 차원에서의 재시공 요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애같은 처사에 다름아니다.


재시공은 가급적 지양하는 편이 좋다고 본다.

이것의 피해가 건축주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시공자는 건축물, 디테일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이기보다는 수익이 목표일 수 밖에 없다.(물론 손해를 보더라도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 것에 자존심을 걸고 시공하시는 분 또한 많이 계시나 일반적 상황에 비추어 말씀드린다)

나부터도 손해보는 장사는 하고 싶지 않다.

모든 일이 그렇지 않겠는가.


건축가의 마음에 와닿지 않아 벌이는 재시공은 시공사가 까진 만큼 다른 곳에서 벌충할 궁리를 하게 만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도나 기능을 저하시킬 우려가 커진다.

건축가 마음에 들게 하겠다고 결과적으로 건축주나 건축물에 피해를 주는 것은 배임이다.


그래서 우린 가급적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재시공을 바로 지시하기 보다는 시공자와 차선의 방법을 논의한다. 수정해서 될 수 있다면 굳이 재시공까지 갈 필요는 없다. 

이 부분은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하지는 않고 건축주,시공자,건축가 삼자 간의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선택된 수정의 방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시공자는 오히려 건축주의 신뢰를 높이게 된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창호 건은 수정의 방법을 찾아 봤으나 대안이 없었다.

재시공의 방법 밖에.

시공사는 이를 깔끔히 인정하고 후속 공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발빠른 대응을 했다.



2021. 07

면목동 #상가주택 ‘varanda’의 건축주가 전해 준 따뜻한 일러스트.

내가 쓴 #보통의건축가 를 읽다가 문득 그렸다 한다.

듬직하게 그려진 내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든다.

집에 걸어 놓고 보면 힘들때 위로가 많이 되겠다.



2021. 08

금요일에 비계를 털었다.

일정이 있어 가보지를 못하다가, 오늘 아침 눈 뜨자마자 달려갔다.

저기~ 육개월을 시공사와 손발 맞춰 일한 결과물이 눈에 들어온다. 

제일 먼저 아쉬운 부분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것이 시공사 탓만일까, 내가 챙기지 못한 탓이 더 크기에 내 머리통 한번 쥐어박고 찬찬히 돌아본다.

그래도 바라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현장 소장님 어깨 한번 두드려주고 내부 마감을 독려한다.

자, 이제 손과 눈에 더 잘드러나는 마감이 남았다.

바짝 긴장하자.




2021. 10

바란다의 옥상 계단에 색을 입혔다.

노랑노랑하게.

봄의 아지랑이같다.


내부 계단실 색은 고민이 많았다.

정말 거의 끝까지 와서 선택한 색이 다행스럽게 좋다.

색은 어렵지만 자꾸 쓰지 않으면 더 쓰기 어렵다.

자꾸 시도하고 좀 더 다양한 칼라를 써 보는 것을 두려워 말자.



2021. 11

아내와 난 대학원 커플이다.

그 말은 아내도 건축설계 전공자란 얘기고 지금은 전업주부이지만 십년 가까이 인테리어 실무를 했었다.

내 작업을 가까이에서 좋은 눈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아내다.

늘 작업이 끝나갈 즈음엔 아내와 함께 현장을 둘러 본다.

내게는 숙제검사 같은 것이고 객관적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내일 특검을 앞두고 현장을 둘러본다.

아내와 함께.

작업의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연신 칭찬을 해주니 ‘참잘했어요’ 도장 받은 듯 기분이 좋다.

내일의 특검 숙제검사도 오늘 같으면 바랄게 없겠네.

콘크리트가 그린 그림
내밀하지만 열린 장소이기를 바란 '베란다'
옥상 베란다
임대세대 주방
5층 건축주 형님세대 주방
5층 건축주 형님 세대 거실
4층 건축주 세대 주방과 거실
4층 건축주 세대 거실에서 바라 본 베란다
5층 건축주 세대 작업실
계단의 모서리 창


2021. 12

전원속의 내집에서 촬영이 있었다.

집 곳곳에 놓인 일러스트 집주인의 작품과 뛰어난 감각의 소품,가구가 멋지다. 

촬영하는 동안 갤러리에서 작품 구경하듯 이곳저곳 집구경을 했다.

그 중 1층 홀에 걸린 두개의 그림에 반했다.

아버님이 지으셨던 벽돌집과 지금의 바란다다.

한참을 서서 두 그림이 전하는 얘기를 귀기울여 들었다.

고마운 마음을 읽었고 그래서 또한 고맙다.

1층 홀의 일러스트



2022. 01

면목동 상가주택 ‘varanda’ 가 #archdaily 에 올라 갔다.

때마침 현판을 선물로 드리러 가는 길에 올라와 선물 하나를 더 드리고 온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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