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이 있다면 남편과 다시결혼하시겠어요?
텔레비전에서 연예인들 부부나 사람들에게 가끔 잘하는 질문이 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남편과 (아내와) 다시 결혼하시겠어요?" 진심인지 듣기 좋으라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하겠다는 사람과 절대 안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 한번 하면 됐지 그 고생을 왜 또 하냐는 거다. 나 역시 그 고생 다시 하고 싶지 않다에 당연 한 표다. 다른 이를 만난다고 고생이 없으려나? 그건 또 아닐 게 뻔하다.
철없던 시절 결혼만 하면, 부모 곁을 떠나 내 짝을 만나기만 하면 마냥 좋을 줄만 알았다. 우스갯소리로 '잡은 물고기에게 미끼를 안 준다나...'라는 말도 있듯이 결혼해서 사는 모습은 정말 날것 그대로다. 연애할 때는 볼 수 없던 말투와 행동, 숨겨져 있던 성격까지 내가 택한 그 사람이 맞는 건가 착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라 무르는 것도 자존심 상했다. 정반대의 사람이 끌리는 걸까... 급한 성격의 남편과 반대로 난 좀 느긋하고 여유 있는 성격이다. 좋을 때야 뭔 문제가 있겠냐만, 어떤 상황이 생기거나 하면 그는 내가 답답했을 테고 난 그가 정신 나간 사람 같았다. 급하니 서두르고 소리 지르고.... 거기에 나까지 화가 나서 맞불로 대응하면 화약을 안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니 집안은 설상가상 전쟁터가 되겠구나 싶었다. 난 한 가지 다짐한 게 있었다. 내 자식에겐 나와 같은 상처 주지 말아야지. 어릴 적 기억도 가물거리는 시기의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은 내게 자존감의 상실과 마음의 생채기를 안겨줬고 크도록 안고 살았었다. 살아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어 졌고, 이혼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사람은 없겠구나 싶어 졌다. 역지사지란 거지...
내 본심을 드러내기보단 감추고 살았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 살았던 거 같다. 늘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말씀은 "네가 참으라"였다. 왜 맨날 내가 참아야 하는 건데라며 마음속 울분이 터졌지만 나도 모르게 그 말들이 심장에 박혔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결혼해서 부부싸움을 하는 그 순간에 아픈 딸아이와 아들 때문에, 내 다짐 때문에라도 '참는 것'은 나의 무기가 되었다. 급한 성질머리 남편은 우르르 끓는 냄비 같아서 자신이 화를 내고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와 말을 건다. 하지만 난 화를 참아 내고 있고 내 안의 열기가 부글부글 끓고 있으니 그분이 쉽사리 꺼질쏘냐. 거기서 난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든다. 바로 침묵이다. 그것도 아주 싸늘한 냉기가 흐르는 침묵. 하지만 완전한 침묵은 새로운 2차 대전을 부르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무시'를 느끼게 되므로. 여기서 포인트는 빌미를 주지 않고 해 줄 건 다 해주며 꼭 필요한 말만 간단명료형으로 끝낸다는 것. 본심은 싸울 땐 꼴도 보기 싫지만 난 '하수'가 되기 싫다. 남편에게 '미안함'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결국 성질 급한 남편은 백기를 들고 만다. 고로 난 뒤 끝이 길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가 있다. 뒤끝을 넘 질질 끌면 고건 또 숙이고 들어오는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적당히 꼬리를 내려야 한다. 긴 신경전은 서로 피곤할 뿐이다. 빨리 타협할 건 하는 게 편타. 결국 그 성질 때문에 남편은 늘 지게 되어 있다. 이솝우화에 해와 구름이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누가 벗길까 내기해서 해님이 이기듯이 ㅎ ㅎ 사노라면 부부 사이에 이기고 지는 게 뭐 그리 중한디....
해외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게 되면 다른 건물이나 풍경들에 매료되지만 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먼 나라에도 수많은 집들이 있고 그 안에 누군가는 태어나고 죽고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할 테고 싸우며 이별도 하겠지.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사는 모습과 사람이 느끼는 건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가니 문득 낯선 땅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그만큼의 다양한 스토리와 사연들이 가득 넘칠 테지. 또 어디선가는 부부 싸움을 하고 있겠지, 어디선가는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가 애틋한 시선으로 서로를 다독이고 있을 테고.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했는데 요즘은 그도 아닌지 험악한 일도 넘친다. 옛날이라고 험악한 일들이 없지 않았을 거다. 지금은 매스컴이 , 여러 매체가 떠들어대니 시끄러운 거고. 사람 사는 거 매 일반이겠지 뭐. 인생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르듯 부부간의 일도 다 다르기도 하고 비슷도 할 거다. 모 티브이 채널에서'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프로에 개그맨 부부가 나와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혼하는 부부의 1호가 될 수 없다는 거다. 예능프로이고 개그맨이라 연기 알까 싶지만 실제 사는 모습을 보면 웃음도 나고 때론 공감도 하게 된다. 연예인도 다 사는 거 비슷하지 그러면서....
부부는 서로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인생의 동반자다. 다음 생은 없다. 이번 생 내가 택한 이 사람과 살아간다면 싸우지 말고 사랑하며 살자. 끽해야 백세인데 남은 삶 싸우면서 산다면 억울하지 않겠나.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도 갈 땐 못 해준 거만 생각날지 모르는데 재밌게 살자.
마지막 비법의 하나가 있다면 유머를 써먹어보자는 건데 아직 잘 안 되는 비법이라 배워 가보려 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 마음의 넓이가 넓어져야 생기는 거 같다. 나이가 들수록 갖고 싶어 진다. 잔주름이 늘어 가도 마음까지 팍팍하게 주름이 진다면 흉할 거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