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 May 31. 2021

부부 싸움의 기술

다음 생이 있다면 남편과 다시결혼하시겠어요?

   텔레비전에서 연예인들 부부나 사람들에게 가끔 잘하는 질문이 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남편과 (아내와) 다시 결혼하시겠어요?" 진심인지 듣기 좋으라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하겠다는 사람과 절대 안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 한번 하면 됐지 그 고생을 왜 또 하냐는 거다. 나 역시 그 고생 다시 하고 싶지 않다에 당연 한 표다. 다른 이를 만난다고 고생이 없으려나? 그건 또 아닐 게 뻔하다.


  철없던 시절 결혼만 하면, 부모 곁을 떠나 내 짝을 만나기만 하면 마냥 좋을 줄만 알았다. 우스갯소리로 '잡은 물고기에게 미끼를 안 준다나...'라는 말도 있듯이 결혼해서 사는 모습은 정말 날것 그대로다. 연애할 때는 볼 수 없던 말투와 행동, 숨겨져 있던 성격까지 내가 택한 그 사람이 맞는 건가 착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라 무르는 것도 자존심 상했다. 정반대의 사람이 끌리는 걸까... 급한 성격의 남편과 반대로 난 좀 느긋하고 여유 있는 성격이다. 좋을 때야 뭔 문제가 있겠냐만, 어떤 상황이 생기거나 하면 그는 내가 답답했을 테고 난 그가 정신 나간 사람 같았다. 급하니 서두르고 소리 지르고.... 거기에 나까지 화가 나서 맞불로 대응하면 화약을 안고 불로 뛰어드는 격이니 집안은 설상가상 전쟁터가 되겠구나 싶었다. 난 한 가지 다짐한 게 있었다. 내 자식에겐 나와 같은 상처 주지 말아야지. 어릴 적 기억도 가물거리는 시기의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은 내게 자존감의 상실과 마음의 생채기를 안겨줬고 크도록 안고 살았었다. 살아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어 졌고, 이혼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사람은 없겠구나 싶어 졌다. 역지사지란 거지...


   내 본심을 드러내기보단 감추고 살았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 살았던 거 같다. 늘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말씀은 "네가 참으라"였다. 왜 맨날 내가 참아야 하는 건데라며 마음속 울분이 터졌지만 나도 모르게 그 말들이 심장에 박혔는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결혼해서 부부싸움을 하는 그 순간에 아픈 딸아이와 아들 때문에, 내 다짐 때문에라도 '참는 것'은 나의 무기가 되었다. 급한 성질머리 남편은 우르르 끓는 냄비 같아서 자신이 화를 내고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와 말을 건다. 하지만 난 화를  참아 내고 있고 내 안의 열기가 부글부글 끓고 있으니 그분이 쉽사리 꺼질쏘냐. 거기서 난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든다. 바로 침묵이다. 그것도 아주 싸늘한 냉기가 흐르는 침묵. 하지만 완전한 침묵은 새로운 2차 대전을 부르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무시'를 느끼게 되므로.  여기서 포인트는 빌미를 주지 않고 해 줄 건 다 해주며 꼭 필요한 말만 간단명료형으로 끝낸다는 것. 본심은 싸울 땐 꼴도 보기 싫지만 난 '하수'가 되기 싫다. 남편에게 '미안함'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결국 성질 급한 남편은 백기를 들고 만다. 고로 난 뒤 끝이 길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가 있다. 뒤끝을 넘 질질 끌면 고건 또 숙이고 들어오는 남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적당히 꼬리를 내려야 한다. 긴 신경전은 서로 피곤할 뿐이다. 빨리 타협할 건 하는 게 편타. 결국 그 성질 때문에 남편은 늘 지게 되어 있다. 이솝우화에 해와 구름이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누가 벗길까 내기해서 해님이 이기듯이 ㅎ ㅎ 사노라면 부부 사이에 이기고 지는 게 뭐 그리 중한디....




   해외로 여행이나 출장을 가게 되면 다른 건물이나 풍경들에 매료되지만 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먼 나라에도 수많은 집들이 있고 그 안에 누군가는 태어나고 죽고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할 테고 싸우며 이별도 하겠지.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사는 모습과 사람이 느끼는 건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가니 문득 낯선 땅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그만큼의 다양한 스토리와 사연들이 가득 넘칠 테지. 또 어디선가는 부부 싸움을 하고 있겠지, 어디선가는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가 애틋한 시선으로 서로를 다독이고 있을 테고.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했는데 요즘은 그도 아닌지 험악한 일도 넘친다. 옛날이라고 험악한 일들이 없지 않았을 거다. 지금은 매스컴이 , 여러 매체가 떠들어대니 시끄러운 거고.  사람 사는 거 매 일반이겠지 뭐. 인생 살아가는 방식이 다 다르듯 부부간의 일도 다 다르기도 하고 비슷도 할 거다. 모 티브이 채널에서'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프로에 개그맨 부부가 나와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혼하는 부부의 1호가 될 수 없다는 거다.  예능프로이고 개그맨이라 연기 알까 싶지만 실제 사는 모습을 보면 웃음도 나고  때론 공감도 하게 된다. 연예인도 다 사는 거 비슷하지 그러면서....




  부부는 서로 한 곳을 바라보며 함께 가는 인생의 동반자다. 다음 생은 없다. 이번 생 내가 택한 이 사람과 살아간다면 싸우지 말고 사랑하며 살자. 끽해야 백세인데 남은 삶 싸우면서 산다면 억울하지 않겠나.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도 갈 땐 못 해준 거만 생각날지 모르는데 재밌게 살자.  

마지막 비법의 하나가 있다면 유머를 써먹어보자는 건데 아직 잘 안 되는 비법이라 배워 가보려 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 마음의 넓이가 넓어져야 생기는 거 같다. 나이가 들수록 갖고 싶어 진다. 잔주름이 늘어 가도 마음까지 팍팍하게 주름이 진다면 흉할 거 같으니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