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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부수는 디자인

엥? 이걸 이렇게 디자인한다고?

by 김쟈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합니다.
디자인 토크쇼 쉑 댓 브디브디



안녕하세요~? 오늘의 호스트, 김쟈에요!

저번 융융김 호스트님이 맥도날드의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굿즈들을 소개해주셨는데요. 맥도날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JOY가 정말 잘 드러난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을 기쁘게 만드는 브랜드라니 참 맥날답잖아요.


오늘 저는 반대로 의외의 브랜드들을 소개해볼까 해요.

어떤 브랜드의 디자인을 할 때, 통상적으로 이런 브랜드에선 이런 뉘앙스가 느껴져야지! 하고 생각하고 디자인하게 되는데요. 가끔가다 헐? 엥? 과 같은 감탄사를 여러 번 내뱉게 만드는 브랜드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케이스들을 모아서 소개해보려고요.

(2022년에 찍어둔 와 감탄사 스페셜 에디션)



엥? 이런 브랜드에, 이런 디자인을 했다고?
헐; 왜?
음~ 그래서 그랬구나!



브랜드들의 엥? 헐; 음~ 이야기, 본격 시작해보겠어요!



Made for Med : 가독성은 없지만 신선한.


아래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그림일까요 글자일까요? 글자이긴 한데, 대체 뭐라고 적혀있는지 읽을 수 있으신분 계신가요?

위 이미지는 2023년 리브랜딩 한 Made for Med의 로고였습니다. 로고만 봐도 굉장히 대담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보고도 이 브랜드를 잊을 수 없었어요.

2023년 바뀐 로고


대체 무슨 회사인지 살펴보니 2014년에 설립된 프랑스 회사로, 의사가 만든, 의사를 위한 서비스라고 해요. 구체적으로는 의료 예약 관리를 간소화하고 의사소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케어 관리 플랫폼의 개발사라고 하네요. 맞춤형 가상 비서로 예약, 통화 필터링, 개인 웹사이트 개발 등 자동화된 원격 서비스를 제공해, 의사가 반복적인 업무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합니다.


바뀐 로고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니, '의사의 필체'를 컨셉으로 했다고 해요. 환자의 말을 들으며 휘리릭 날려써서 알아볼 수 없는 그런 손글씨요. 아무래도 온라인 플랫폼이다보니, 의사들이 인간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컨셉을 부여했나봅니다. 재미있고 참신하며, 유용한 방식인 것 같아요.

의사들의 필체에 대한 밈


하지만 아무리 컨셉이라도 그렇지... 이렇게 읽기 어려워도 괜찮을까요?

Made for med는 '의사를 의한 서비스'인만큼, 구체적인 타겟이 존재하는 B2B 서비스에요. 일반 소비자가 아닌, 이 필체가 무엇인 줄 아는 의사들을 위한 서비스인거죠. 그러니까 가독성은 좀 더 미뤄두고 디자인을 채택하고, 차별화와 각인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나봅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가독성은 형편 없지만, 뚜렷한 이유가 있고 독창적이라 서비스에 아무 관심 없는, 이를테면 저 같은 사람도 한 번 보고 잊지 못하는 디자인. 둘 중 택하신다면?




*리브랜딩에 대한 더 많은 디자인 결과물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며, 해당 포스트에 업로드한 이미지 또한 아래 링크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https://www.behance.net/gallery/181895223/MadeForMed-Branddesign

https://www.grapheine.com/portfolio/madeformed-branding-medecin-famille




Next Insurance : 다른 해석, 다른 표현


어느날, 여러분은 길을 걷다가 이런 전광판을 마주치게 됩니다. 어떤 광고일까요? 3초 안에 대답해보세요.

출처 : wearecollins

스트리트 무드, 레트로 감성의 일러스트, 젊고 에너제틱한 인상, 볼드한 타이포... 브랜드라면 게임이나 스포츠, 스트리트 브랜드? 에너지 드링크? 아니면 동아리 광고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Next Insurance'라는 보험 브랜드 광고였다는 놀라운 사실! 허거덩거덩.. 아니 보험이 이럴 수 있다구요?


제가 보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래와 같거든요.

이런 광고를 반복적으로 보다보니 오히려 너, 위험해지고 아프게 될 거야.. 라고 이야기하는 협박과 가까운 감각으로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NEXT Insurance 케이스를 보았을 때, 비주얼도 접근 방식도 굉장히 신선하고 긍정적이라고 느꼈어요.



NEXT Insurance는 2016년에 미국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보험 브랜드에요.

신생 기업으로써, 이들은 눈에 띄는 브랜딩을 하고자 에이전시 Collins를 찾았다고 하네요.

전통적인 보험업계는 위험을 두려워해야 할 요소로 보았지만, NEXT Insurance는 디지털·AI 기반으로 전통 보험업계의 고비용, 복잡한 절차, 시간 낭비를 줄여 소규모 사업가들이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요. 위험을 감수할 때 가능한 성장과 기회를 이야기하는 것이죠.

Collins는 이러한 포인트를 비주얼로 풀 때, 1920~70년대 대공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던 시대의 레트로한 감성을 살려 손그림 스타일 일러스트와 유머러스한 톤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비주얼도 매력적이고, 긍정적이며, 소비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케이스에요. 말그대로 보험 업계의 'Next'로 자리매김하기 좋은 브랜딩인 것 같습니다.



*리브랜딩에 대한 더 많은 디자인 결과물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며, 해당 포스트에 업로드한 이미지 또한 아래 링크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https://www.wearecollins.com/work/next-insurance/





G.F Smith : 정석에서 크리에이티브로


G.F Smith는 프리미엄 종이 회사로, 2014년부터 왼쪽의 아이덴티티를 사용해오다가 최근 리뉴얼했습니다. 기존에는 '고품질 종이 회사' 라는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의 정석과도 같은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다져온 강력한 입지, 품질이 확립된 만큼 타 종이 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해 새로운 포지셔닝을 시도해보았다고 해요. 특히 다음 세대의 크리에이티브한 소비자들과 연결되면서도 GF Smith의 핵심 가치인 개성, 컬러, 창의성 등을 담아내야 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렇게 담아냈어요!

GF Smith의 종이 컬렉션에서 추출한 선명하고 다채로운 컬러 시스템, 볼드한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무엇보다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스마일 페이스!

장난스러움과 에너제틱한 아이덴티티로 변화한 것이, 기존 브랜딩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더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종이 업계의 권위 있는 브랜드들이 어떤 톤앤매너인지 살짝 살펴볼까요?

순서대로, 페드리고니 (이탈리아의 대형 종이 제조업체, 유럽 최고의 종이 회사 중 하나) / 그문드 (독일 회사로 세계 최고급 지류의 대명사) / 타케오 (일본의 대표적인 제지회사) 입니다.


프리미엄 종이 브랜드들이 일반적으로 소구하는 이미지


기존 사용하던 GF Smith의 톤앤매너와 비슷하죠?

프리미엄 종이 브랜드, 했을 때 딱 떠오르는 깔끔한 이미지였던 기존 브랜딩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프리미엄, 하면 생각나는 틀을 부수고, 크리에이티브함을 힘껏 보여주며 차별화했어요. 이런 종이를 사용하게 되는 주요 고객 또한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일테니 더 적절한 것 같고요. 기존 관행을 깨는 과감한 리브랜딩을 통해 저는 매력적인 브랜드로 거듭났다고 보여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다른 건 몰라도, 다른 종이 회사들보다 더 열심히, 재밌고 혁신적인 종이들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을 것 같은 인상이 듭니다.



*리브랜딩에 대한 더 많은 디자인 결과물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며, 해당 포스트에 업로드한 이미지 또한 아래 링크에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https://templo.co.uk/work/gf-smith-rebrand





In a Shake!



오늘은 기존의 관행과는 다른, '틀을 부수는 브랜드' 3가지를 함께 이야기해보았는데요. 처음엔 엥? 했어도, 맥락을 알고나면 음~ 그렇구나! 하는 그 긴밀한 연결고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음 내용은 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브랜딩을 할 때, 기존 업태에 꼭 정해진 공식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 틀을 깬다는 건, 마구잡이로 깬다기보다 브랜드와 더 깊이 있는 연결을 만드는 일 같기도.



마지막으로 오늘의 짧고 굵은 질문들 던져보겠습니다.


- 나를 엥! 하게 만든 브랜드가 있었나요? 어떤 의미의 의외성이었나요?
- 여러분이 속한 업계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관행이 무엇인가요? 그 틀을 깬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늘 토크 재밌었다면 좋겠어요. 다음주는 더 재밌는 주제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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