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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가 오래가려면?

롱블랙과 뉴닉을 통해 본 뉴미디어 브랜딩

by 김쟈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합니다.
디자인 토크쇼 쉑 댓 브디브디


안녕하세요, 쉑 댓 브디브디를 찾아주신 여러분! 김쟈입니다.


영화나 음악 서비스 말고, 텍스트를 구독하고 계신 분 계실까요?

제 주변엔 종이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은 제 주위에서 본 적 없지만, 롱블랙을 구독하는 사람은 꽤 많습니다. 구독의 개념을 조금 넓게 잡아 SNS 팔로우까지도 본다면, 인스타그램 매거진을 구독하는 사람은 더더욱 많고요.


전 이렇게 특히 텍스트 기반의 미디어에서 새로운 형식이 출범하고 다양화되고 있는 양상이 흥미로운데요. 뉴스, 커리어, 성장과 같은 진지하고 무게감 있는 정보성 주제부터 트렌드와 실시간 이슈, 에디터의 주관이 많이 들어간 인터뷰나 정보글 등 쉽고 주관적인 주제까지. 다채로운 테마가 다채로운 매체 - 뉴스레터, 웹사이트, 웹진, 인스타그램 매거진 등등 - 로 분화하고 있죠.


그러한 뉴미디어들은 레거시미디어에 비해 브랜딩이 훨씬 중요합니다. '신문 종이'나 고정된 '방송 시간과 화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지면과 화면의 매체를 선택하여, 내 브랜드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디자인해야 하니깐요. 또 새로이 등장한 미디어로써, 나의 콘텐츠를 읽어줄 독자 풀을 빠르게 찾고 확보하고 팬으로까지 만들어야 지속 가능한 미디어가 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어렵고도 어려운 길인지!


오늘 토크에선 대표적인 브랜드를 함께 살펴보고, 브랜드적 관점에서 각자의 다른 매력을 찾아보려고 해요.



01

유료 지식 구독 서비스의 대표 주자

롱블랙 LongBlack


2021년 시작된 롱블랙. 서비스를 알고는 있었지만, 본격 구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회사 업무로 인해서였어요. 여러가지 트렌드와 브랜드를 알아야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너무 평소 아무것도 안 쌓아둬서 모른다는 걸 느꼈거든요. 구독을 시작한 게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업무만 끝나면 참을성 없이 취소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롱블랙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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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24시간 내에 읽지 않으면 사라지는 노트'일 겁니다. 강제성이 파격적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월 구독료가 4,900원 정도의 부담 없는 커피 한 잔 값으로 책정될 수 있었기도 하다고 하네요. 노트를 놓치면 억울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구독하며 스탬프를 모아 지난 노트를 충분히 열람할 수 있고 일요일마다 한 편씩 지난 노트를 열람할 수 있었어요.


롱블랙 웹사이트


그리고 24시간 무료 링크가 있다보니 친구들에게 노트가 좋으면 공유하게 되더라고요. 재밌는 릴스를 보내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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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에서 오고가는 링크들, 대화들!



미니멀하고도 감각적으로 분류된 각기 다른 색의 롱블랙 노트들


노트를 클릭했을 때의 페이지


무엇보다 저는 롱블랙의 매력을 '계속해서 설득하고 동기부여를 한다'는 점으로 꼽고 싶어요. 마치 PT선생님 같은 존재처럼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테니, 보든 말든 알아서 해요~ 가 아니라, 회원님! 여기까지 떠먹여드릴게요. 한 입 드셨나요? 그럼 잘하셨어요! 하고 칭찬해주는 당근st 브랜드로 느껴집니다. 텍스트이지만 일방적인 구독이 아닌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브랜드지요.

이런 쌍방향 소통의 정수는 바로 롱블랙이 개최하는 컨퍼런스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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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차례씩, 롱블랙과 인터뷰한 트렌디한 연사들을 한 자리에 묶는 컨퍼런스인데요. 진행 이후엔 컨퍼런스를 담은 노트를 발행해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마치 함께 했던 것처럼 느끼게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죠. 이번 컨퍼런스를 담은 노트의 마지막 사진 모음 부분에는 컨퍼런스 내용 뿐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는지를 사진으로 담고 있었어요. 퍼시스와 함께 컨퍼런스 중 업무 처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업무 공간을 오디토리움 앞에 조성했다는 섬세한 설계가 인상적이었답니다.


볼 게 너무 많은 콘텐츠의 홍수 시대. 저는 왜 롱블랙을 계속 구독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았어요. 세상에 참 다양하고 멋진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양질의 콘텐츠로 귀 담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정보를 그러모으기 위해서는 웹서핑이나 Chat GPT등을 활용하면 되는 것이지만, 이렇게 매일 습관을 들여 다른 이의 인터뷰와 양질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내면을 변화하고, 성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넘어, 습관을 들이도록 돕는 브랜드


정보를 넘어, 습관을 들이도록 돕는 브랜드라 메리트 있게 느껴지고, 팬덤 혹은 충성 유저가 존재하리라고 생각하기에 오래 멀리 나아가지 않을까 싶은 콘텐츠 구독 서비스입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매일 커피를 사 마시듯 말이에요.



다만 한 가지 늘 생각하던 지점은요. 아티클 맨 마지막 별점 매기기 기능은 무엇을 위한 것일지 궁금합니다. 주제에 관한 내용에 대한 별점을 매겨야 할 지, 내용의 탄탄함에 대한 별점을 매겨야 하는 건지 어렵거든요. 어떤 척도로 1점부터 5점까지를 부여할 지 모르겠어요. 인터뷰이의 답변의 깊이에 대한 평점을 롱블랙 프렌즈 (에디터) 의 글에 주어도 되는 것일지? 많은 질문이 들어서 애매할 경우 유보하는 기능이기도 해요.

문장 스크랩, 얼마나 끝까지 읽었는지, 링크 공유 수 등 다양한 지표들로 해당 아티클의 성공여부는 파악할 수 있을 텐데 별점의 기능은 무엇일지... 적당한 참여 유도 정도일까요? 만일 독자의 의견을 받고 싶다면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칸을 열어두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편의상 어렵다면 별점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롱블랙 정도의 감도로 정성을 들이는 브랜드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딩 중심의 시각으로 꼽아본 롱블랙의 매력 포인트!

- 브랜드 컨셉을 잘 만들고, 잘 쓴다.
(1) 커피 컨셉 : 롱블랙이라는 네이밍부터, 커피 스탬프와 쿠폰, 샷 등 관련한 용어를 피처로 사용.

(2) 노트 컨셉 : 각 글을 노트라고 칭하고, 에디터를 노트 테이킹을 해주는 '롱블랙 프렌즈'라고 페르소나를 부여하며, 마음에 드는 문장은 하이라이트 칠 수 있는 '문장 스크랩' 기능까지.

- 비주얼이 잘 정돈 & 잘 전개된다.
(1) 웹사이트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오프라인 등까지 일관된 톤앤매너 그래픽

(2) 오프라인 컨퍼런스 행사의 Customer Journey의 섬세한 고려

(3) 굿즈까지 멋지게 제작

- 독자에게 적극 말을 걸고 소통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미디어

- 점차 확장하는 미디어 플랫폼 (최근 '매일 하루의 글을 전하던 디지털 매거진'에서 ‘새로운 시대의 온라인 서점’ 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하는 sns글을 보았어요. 과연 어떤 빅픽쳐를 품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02

뉴스레터계의 혜성이자, 여전히 굳건한 대표주자

뉴닉 NEWNEEK


2018년 뉴스레터로 시작된 뉴닉. '세상의 지식을 쉽고 재밌게 발견하고, 연결하고, 경험하는 지식 플랫폼' 이라고 소개하네요. 등장 당시 뉴미디어계의 한 획을 그었고, 이제는 초창기 뉴닉을 비판하던 (...) 레거시 미디어들도 뉴닉처럼 뉴스레터 서비스를 행하고 있죠. 말 그대로 세상에 없던 뉴스. 심지어 무료이고, 쉽게 설명해주면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저도 하나의 이슈를 깊이 있으면서 쉽게 알고 싶어질 때는 언제나 뉴닉을 열어보게 됩니다.


뉴닉이 이렇게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요인에는 콘텐츠의 질도 있겠지만 브랜딩이 인상적이라는 지점에도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거에요. 뉴닉, 하면 딱 떠오르는 고슴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뉴스레터를 열어보고 싶게 만들었죠. 뉴스임에도 격식 없이 '슴, 음'체를 활용하고, 글 중간 중간 이모지를 사용한다는 점도 파격적이었어요.



출처 : 뉴닉 웹사이트



뉴닉의 대표, '킴'도 뉴닉의 성공 요인 3가지를 '큐레이션, 스토리텔링, 브랜딩’이라고 꼽습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뉴스레터 붐이 일어났던 시기를 다소 지난 지금도 많은 충성 독자들 (a.k.a. 110만 뉴니커) 에게 뉴스를 전하고 있고, 이제는 앱과 웹으로 확장해 커뮤니티 플랫폼으로까지 거듭나고 있는 중입니다. 웹 내에서는 독자들까지도 직접 글을 쓰고 연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고요. 뉴닉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양하게 확장하면서, 뉴니커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자유로이 공유할 수 있는 양방향 지식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고 해요. (CEO 킴 인터뷰) 뉴닉을 구독하는 뉴니커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보이는 방향성입니다.


또한 뉴닉은 이런 브랜드에 대한 기록과 고민의 과정, 결과를 세세하게 기록하여 공유합니다.

https://newneek.co/@newneek/article/10335

양방향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뉴닉. 사실 굳이 앱이나 웹까지 들어가지 않고 뉴스레터만 보아도 일방향적 뉴스레터가 아닌, 독자들의 의견을 언제나 듣기 위해 열려 있습니다. 의견을 내면 하단에 실어주는 지면이 항상 있고, 피드백을 환영하지요.

Screenshot 2025-05-22 at 6.44.16 PM.png 이메일 하단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뉴닉
Screenshot 2025-05-22 at 6.45.33 PM.png 뉴니커의 이야기를 실어준다


열어보지 않은 레터가 많은 (....) 덜 충성스러운 독자 (저) 입장에서는 이 긴 뉴스레터를 다 읽고 의견까지 쓰는 일은 브랜드에 대한 왠만한 애정이 없다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언제나 피드백을 주는 뉴니커가 존재한다는 것은, 충분한 로열티를 가진 팬들이 많다는 걸 반증하는 거겠죠? 개인적 장벽을 느끼니.. 그저 브랜드의 팬을 만드는 파워가 더 대단하게 느껴져요.


이렇게 뉴닉 1주년에는 뉴니커들과 함께 '고슴이 돌잔치'를 벌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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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잡이부터 돌잔치 떡까지 제대로네요. 이외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딩 중심의 시각으로 꼽아본 뉴닉의 매력 포인트!

- '고슴이' 라는 캐릭터를 앞세운 개성적 비주얼, 좋은 가독성의 뉴스레터

- 내 이름을 호명하는 뉴스레터라니 (000 뉴니커!)

- 뉴닉만의 새롭고 획기적인 이야기 방식 구축 (반말과 이모지. 신선한 친근함!)

- 뉴스레터 > '지식 정보 플랫폼'. 기대되는 확장력! (with 퍼블리 멤버십 인수)

- 충성 독자들을 지속적으로, 두터이 보유하는 브랜딩 능력

- 브랜딩의 고민과 과정을 뉴니커들과 적극 공유







In a Shake!


두 브랜드를 살펴보는 동안, 뉴미디어들은 확실히 구독자와의 유대관계를 끈끈히 쌓는 양방향적 소통이 중요하고, 그래야 주욱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짝 하는 유행 혹은 신선함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나를 구독할 이유를 만들고, 또 그런 구독자들을 믿고 존중해야 롱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뜻 보면 숏츠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 보이지만, 그리고 그런 유행과 밈을 따라가며 사람들과 향유하는 것도 참 즐겁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균형일 것 같아요. 비교적 긴 텍스트와 진지한 콘텐츠들도 많이 읽고 소비하는 견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제가 좋아하는 말과 함께 이번 토크 마치겠습니다.



giulio-fabi-c2-cKWHmZ-g-unsplash.jpg 더 진정성 있는 포인트를 담은 글을 써보고 싶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질문!

- 나와 끈끈한 관계라고 느껴지는 브랜드, 플랫폼, 채널, 혹은 계정 (사람) 이 있나요?
- 습관처럼 방문하는 웹사이트, 플랫폼, 채널, 계정 등이 있나요?
- 있다면, 나를 지속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오늘도 쉑 댓 브디브디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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