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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보우만 호수 Bowman Lake)의 시간

by lee nam

몬타나의 깊은 숲을 지나 보우만 호수(Bowman Lake)를 찾아가면서 우리는 그 길이 얼마나 험악한지 미리 알지 못했다. 호수로 향하는 길은 마치 자연이 우리에게 어려운 시험을 내는 듯했다. 좁고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는 운전하는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다. 비탈길을 따라 한쪽은 울창한 숲, 다른 한쪽은 가파른 경사로 이어지는 길에서, 가끔 마주 오는 차량이라도 나타날 때면 숨이 막힐 듯했다. 핸들을 조심스럽게 돌리며, 속도를 줄이며, 아찔한 순간을 몇 번이나 넘긴 뒤에야 비로소 호수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길을 달리며 남편과 나는 차 안에서 내내 긴장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저 앞이 보여? 정말 이 길이 맞긴 한 거야?” 그의 질문에 나는 내비게이션을 다시 확인하며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거야. 분명히.” 하지만 속으로는 점점 지쳐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어렵고 긴 여정을 거쳐 마침내 도착한 보우만 호수는 우리의 고생을 단숨에 잊게 만들어 주었다.


눈앞에 펼쳐진 호수의 풍경은 다른 세상에 들어선 것 같았다. 끝없이 맑은 물이 산과 하늘을 완벽하게 비추고 있었고, 물 위에는 잔잔한 고요만이 감돌았다. 마치 모든 소음과 복잡함을 밀어내고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듯했다. 물가에 서 있는 순간, 나는 무언가 거대한 자연의 숨결을 느꼈다. 인간이 만든 것은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서, 자연은 본래의 모습 그대로 우리를 품어주고 있었다.


호수 주변은 고요했다. 바람마저 조용히 멈춘 듯했고, 물결은 잔잔하게 산의 실루엣을 품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서늘한 공기 속에 담긴 나무와 흙냄새가 피곤했던 몸과 마음을 씻어 주는 것 같았다. 고생하며 도착한 그곳이기에, 호수의 고요함과 웅장함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보우만 호수는 단순히 물이 고여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천 년 동안 산과 하늘을 거울처럼 품어온 자연의 신비 그 자체였다. 우리는 물가에 나란히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잊고 지냈던, 함께한 시간의 소중함이 그 호수 위에서 다시금 선명해지는 듯했다.


물 위로 한 척의 카누가 떠 있었다. 그 조용한 움직임조차 이 풍경의 일부로 스며들며 물 위에 잔잔한 물결을 만들었다. 문득 남편이 말했다. “이런 곳에서 한참을 머물며 살고 싶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우린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 자연 앞에서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쌓아 온 시간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있었다.


호수로 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그 길은 어쩌면 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였다. 그 좁고 험난했던 길을 지나 도착했기에, 보우만 호수의 고요와 아름다움이 더 귀하고 깊게 느껴졌다. 인생의 많은 순간이 그렇듯, 어렵게 얻은 것이야말로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다.


저녁이 되자 호수 위로 길게 드리운 산의 그림자가 물을 어루만졌다. 햇살이 사라진 뒤에도 호수는 어두운 빛깔로 반짝이며 우리를 붙들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말을 아꼈다. 그날 보았던 풍경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고, 그저 마음속에 담아두고 싶었다.


보우만 호수는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가장 단순한 진리를 우리에게 보여준 곳이었다.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걷고, 함께 느끼는 그 순간들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라는 것을. 몬타나의 깊은 숲 속 보우만 호수에서, 우리는 자연과 함께했고, 서로와 함께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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