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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야생의 숨결을 만나다.

투메니 글레시어

by lee nam

Glacier 국립공원 투메니 글레시아 지역은 자연이 빚어낸 생명과 조화의 무대였다.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과의 만남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숲과 산을 배경으로 그들만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는 그 경이로운 장면을 지켜보며 자연의 깊이를 온몸으로 느꼈다.


숲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흰 꼬리 사슴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맞게 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던 사슴은 고요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제 갈 길을 걸어갔다. 그 우아한 움직임과 차분한 태도는 마치 이곳의 평화를 대표하는 듯 보였다. 사슴이 지나간 자리는 특별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자연과 완전히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빨간 여우는 그와 또 다른 인상을 주었다. 한순간 나뭇잎 사이를 빠르게 가로지르며 빛났던 붉은 털빛은 눈앞에 생생히 남아 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는 여우의 날카롭고 영민한 모습은 자연의 치열함과 활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여우의 움직임은 짧았지만, 그 날렵한 에너지 속에는 이곳을 살아가는 동물들의 강인함이 담겨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서 ‘곰 조심(Bear Alert)’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흑곰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인 만큼, 베어 스프레이를 준비하는 모습은 이곳 방문객들에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숲 속 어딘가에서 곰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금은 긴장되면서도 경이로웠다.


투메니 글레시아에서 만난 동물들과의 순간들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자연의 법칙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들의 움직임과 숨소리, 그리고 숲과의 조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들로 마음속에 새겨졌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자연의 품에서 다시 배움을 얻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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