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는 전설 속 존재지만, 현실에서도 우리를 서서히 지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가 그렇다. 처음에는 자신감 넘치고 카리스마적인 그들의 모습에 이끌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자신의 감정이 고갈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감정을 빨아들이고, 관계를 일방적으로 만들어 상대방을 그저 배경으로 전락시킨다. 그들의 관심은 온전히 자신에게만 쏠려 있으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정서적 흡혈귀를 옆에 두고 사는 것과 같다.
흡혈귀와의 관계는 달콤한 유혹으로 시작되지만, 그 끝은 종종 공허하고 고통스럽다. 나르시시스트는 항상 자신이 옳다고 믿고,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돌린다. 상대방의 공감과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대의 감정을 쥐어짠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인 척하거나, 상대방을 가해자로 몰아가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큰 위협은 자신을 잃는 것이다. 그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비난, 그리고 조종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 “내가 잘못한 걸까?”라는 생각에 빠지며 점차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게 된다. 흡혈귀가 어둠 속에서 타인의 생명력을 빼앗아 살아가듯, 나르시시스트는 관계 속에서 타인의 자존감을 먹고 산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먹잇감으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 나르시시스트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그들과 거리를 두고,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 휘둘리지 않고, 경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비난이나 감정 조작은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내 감정을 보호하고, 스스로를 우선시하는 선택이야말로 나르시시스트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나르시시스트라는 흡혈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들과의 관계는 삶을 되돌아보고, 나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흡혈귀가 더 이상 나의 에너지를 빨아들이지 못하도록, 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럴 때, 나는 비로소 그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나만의 빛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