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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겨울밤에는 시가 태어난다.

by lee nam

겨울이 깊어질수록 나는 어느새 시인의 마음이 된다. 차가운 바람과 고요한 밤은 내 마음을 더 섬세하게 만든다. 창밖으로 내려앉은 하얀 눈은 세상을 마치 꿈속의 풍경처럼 만들어주고, 그 속에서 나는 한 편의 시를 느낀다. 지나친 분주함 없이, 마음이 평온할 때 시는 태어나는 법이니까.


병원에서의 그 겨울밤, 나는 남편의 손길로 살아가고 있었다. 대장암 진단을 받고, 몸은 쇠약해져 갔지만 남편은 늘 내 곁에서 따뜻한 기운을 주었다. 아무리 차가운 바람이 몰아쳐도 그의 손은 나를 감싸 안아 주었고, 그 작은 손끝에서 나는 위로를 얻었다. 병실에서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며,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바로 이 순간들이었다.


그 겨울밤, 병실에서 나는 외로움보다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는 감사로 가득했다. 세상은 변해가고, 나는 변화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 순간에 주어진 평화와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내 안에 있는 시를 발견했다. 눈보라가 휘날리던 날, 병실의 창문 너머로 비치는 하얀빛은 내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했다. 죽음을 앞둔 고통 속에서도,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남편은 내가 절망할 때마다 옆에서 나를 지켜주었고, 그 사랑이 나를 살아가게 만들었다. 그런 사랑의 힘이 나에게 시를 써 내려갈 수 있는 영감을 주었다.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시 속에서 비로소 풀어졌다. 겨울밤, 내 삶에서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온 시들이 그날 밤마다 생겨났다.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며, 그 고요한 밤은 내 마음을 깊게 울렸다.


겨울밤은 시인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고요한 순간 속에서 자연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 내가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남편의 사랑 속에서 나는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겨울의 밤은 고통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 주었고, 그때의 시들은 오늘날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기록이 되었다. 시는 겨울밤마다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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