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이던 어느 날 아침, 정원에 앉아 있는데 부드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지나온 내 삶의 조각들이 바람에 실려 마음속에서 살아났다. 바람은 아무 말 없이 나를 감싸며,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생각하게 했다.
대장암 진단을 받고 한동안은 앞이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지만, 치료를 통해 다시 걸을 힘을 얻었다. 병상에서 느낀 삶은 너무나 무거웠다. 하지만 정원에 앉아 바람을 느낄 때마다 내 삶의 무게는 조금씩 가벼워졌다.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나를 일으켜 세우며, 암을 이겨낸 이후의 날들을 축복으로 만들어 주었다.
딸 데보라와 손녀 빅토리아는 내 삶의 빛이었다. 빅토리아가 작은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재잘거리던 모습은 나를 매일 웃게 만들었다. 이어 아들 아브라함, 데이비스, 모세가 각각 가정을 꾸리며 새로운 가족들을 소개할 때, 나는 또 다른 기쁨과 감사 속에 있었다. 그렇게 늘어난 여덟 명의 손주들은 마치 바람에 춤추는 나뭇잎처럼 내 삶을 다채롭게 했다.
바람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세게 지나간다. 가족과 함께 웃고 떠들었던 순간들도, 홀로 조용히 정원을 거닐며 지나온 날들을 떠올리던 순간들도, 모두 바람 속에 녹아 있다. 그 바람은 내게 주어진 삶의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함을 일깨워 주었다.
바람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삶도 그렇다. 내 삶의 길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언제나 나를 새로운 이야기로 이끈다. 가족과 함께 보낸 소중한 시간들,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하루하루는 모두 바람처럼 내게 선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