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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아름드리 수양버들

by lee nam

우리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한쪽에 자리 잡은 아름드리 수양버들 앞에서 늘 발길을 멈추게 된다. 길게 늘어진 가지와 잎이 바람에 살랑이며 나를 부르는 듯한 그 모습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근하고, 또 어딘가 깊은 위로를 전해준다. 이 나무는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를 감싸 안으며, 나에게 평화로운 쉼터가 되어준다.


수양버들 아래에 서면 세상의 소음이 잠잠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나무는 마치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모든 것을 감싸 안아주는 존재 같다. 길고 푸른 가지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듯,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자리에서 모두 마주하게 만든다. 그 안에서 나는 어머니의 품 같은 따뜻함을 느끼며 마음을 고요히 다스린다.


이 수양버들은 내가 찾아와 기대어 쉴 수 있는 곳이자, 소중한 기억들과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잎사귀가 흔들릴 때마다 삶 속에서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이 고요함 속에서 나는 다시 힘을 얻고, 나 자신을 조금 더 단단하게 채워나가게 된다.


공원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이 아름드리 수양버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어떤 이는 자신만의 다짐을 되새기며 걸음을 멈출지도 모른다. 이 나무는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동시에 각자에게 다른 의미와 위로를 전해준다.


오늘도 나는 이 수양버들 앞에서 나 자신에게 다짐한다. 나무처럼 흔들림 없이 나만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겠다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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