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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oem2

시인의 계절

by lee nam

가을이 오면

단풍잎마다 시가 새겨진다.

붉게 물든 잎사귀는

마치 시인의 붓끝이 닿은 듯,

바람에 흔들리며

말없이 글을 적어 내려간다.


햇살에 반짝이는 잎 위에는

사랑과 그리움이 새겨지고,

그 문장은 바람을 타고 흩어져

멀리멀리 떠돌아다닌다.

잎 하나가 떨어질 때마다

짧은 시가 완성되고,

나무 아래 쌓인 낙엽들은

시집처럼 펼쳐진다.


단풍잎에 스민 이야기들,

손끝에 닿으면

그 색깔 속에서 꿈을 읽는다.

노을빛에 물든 단풍은

사랑의 고백처럼 짙어지고,

가을은 그렇게

마음속에 시를 새기는 계절이다.


나는 단풍잎 하나를 집어 들어

그 위에 적힌 시를 따라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둔 말을 꺼낸다.

가을, 이 시인의 계절에

모든 것은 시가 되고,

모든 순간은 아름다운 문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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