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첫걸음

글을 쓸 때마다 가장 큰 도전은 마음의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어떤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막상 자리에 앉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첫 문장을 쓰기가 힘들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글쓰기가 생각을 가득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속을 비워내는 일임을 깨닫는다. 비움은 결국 내가 가진 진짜 목소리를 찾아가는 첫걸음이다.

마음이 복잡할수록 빈 종이를 채우기란 쉽지 않다. 처음엔 쓰고 싶은 말들이 흩어져 있고, 그 속에 꼭 들어가야 할 것들이 가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이 글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이 질문을 던지며 마음속에 쌓여 있던 조각들을 하나씩 내려놓는 순간, 마침내 진심에서 우러난 한 문장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비움의 과정에서는 불필요한 생각과 욕심을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담으려 하다 보면 오히려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흐려지기 쉽다. 지나치게 화려한 문장이나 멋들어진 표현보다는 내 마음이 담긴 단순하고 솔직한 언어가 더 큰 힘을 가진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쓸 때마다 내가 쓰려는 것과 관계없는 욕심들을 비워내면 오히려 본질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감정과 기억들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글 속으로 들어온다. 그런 순간에도 나는 천천히 중심을 잡고, 나를 향해 다시 묻는다.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건 무엇인지, 이 글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그럴 때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백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내가 써야 할 이야기가 분명하게 떠오른다.

글쓰기는 내 안을 비우고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비움으로써 생긴 공간에는 오히려 깊은 울림이 남는다. 이 울림이야말로 글쓰기의 첫걸음이자, 내가 진정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에 다가가는 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