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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싹들, 겨울 속에서

by lee nam

겨울이 깊어질수록 땅속은 고요하고 차가워진다. 얼어붙은 대지 위로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모든 생명은 잠시 숨을 멈춘 듯한 느낌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이 차가운 계절을 겪으며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외부의 생명력은 멈춘 듯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겨울, 가장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도 땅속에서는 생명의 싹이 자라기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이루어진다. 눈 속에 덮인 땅 속에서, 우리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뿌리가 자리를 잡고, 새로운 생명이 틈새를 찾아 자라고 있다. 차가운 겨울을 넘어서서 움트는 싹처럼, 인간도 삶의 역경 속에서 자기 성찰을 통해 자라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우리는 모두 때때로 차가운 겨울 속에서, 세상의 시끄러움과 소란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세상은 멈추지 않는다. 겨울 속에서도 자라는 싹들처럼, 우리의 삶도 그 침묵과 고요한 순간 속에서 나아갈 길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싹은 외부의 변화에 반응하지 않는다. 바람이 차가워지든, 눈이 내려 쌓이든 그들은 오직 땅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시련의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더 강해져 가는 과정과 유사하다.


우리 모두는 지금, 싹을 틔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겨울을 이겨내며 그 안에서 자아내는 힘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봄이 우리를 맞이할 것이다. 꽃을 피우는 모든 것이, 결국 땅속에서 오랜 시간의 기다림과 변화를 거쳐 이루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동안 보이지 않게 내면에서 자라고 있을 것이다. 가장 추운 겨울은 결국 가장 큰 성장을 위한 준비의 시간이 아닐까.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기다리며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땅속에서는 그 어떤 변화도 서두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서서히, 계속해서 제자리를 잡아가며, 봄이 다가오면 결국 모든 것이 풍성하게 꽃을 피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외부의 계절이나 변화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며, 언젠가 우리가 바라는 모습으로 꽃을 피울 것이다.


때로는 겨울의 차가운 기운 속에서도 자라나는 싹들처럼, 우리 삶과 마음도 그 깊은 곳에서 조용히 성장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가장 추운 겨울을 지나면, 새로운 봄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 움츠러든 나의 어깨와 가슴을 쫙 펴고 숨을 들이마신다.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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