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oem3시

by lee nam

바람은 눈을 쓸어가고

눈은 물로 녹아내린다

모든 것이 흐르며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간다.


너는 내 발끝을

스치는 파도처럼

가볍게 지나치고

나는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더 깊이 빠져들었다.


비는 땅을 적시며

흙과 하나가 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이

내 안에서 작은 숲을 이룬다.


우리도 그리 살아간다.

서로 다른 길을 걷는다

같은 끝을 향해 가는 듯

서로를 품으며 지나간다.



<<시작 노트>>


“길”은 여러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의 여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시입니다. 다양한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 교차하고, 만나는지, 그리고 각자의 길을 따라 흐르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바람, 눈, 물, 비와 같은 자연적 요소들은 각기 다른 길을 가는 듯하지만, 그들이 합쳐지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가듯, 사람들 간의 관계와 삶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어진다고 느꼈습니다.


이 시는 ‘길’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 간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사이에 흐르는 시간과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지는, 또는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두 점처럼,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종종 멀리 있지만, 그 길을 따라가는 동안 만나는 작은 순간들이 결국 큰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길”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 이 시의 주제를 응축하며, 다양한 갈래의 길이 결국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나의 무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