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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oem3시

하나의 무늬

by lee nam

돌이 돌을 스친다

서걱대는 침묵 속에서

날 선 모서리들이 부서지고

고운 결이 드러난다


불씨가 나뭇가지를 만난다

한순간 타오르며

검은 재가 되어 쌓이고

뜨거운 잔향만 남긴다


비가 내려와 재를 적신다

흙과 뒤섞여

보이지 않는 뿌리를 틔우고

작은 싹 하나 얼굴을 내민다


바람이 잎을 흔든다

닿을 듯 닿지 않는 틈 사이로

다른 숨결이 스며들어

서로를 흔들고 머문다


너는 나를 지나가고

나는 너를 머금는다

부딪치고, 타고, 흐르고, 스며

마침내 하나의 무늬가 된다


<<시작 노트>>


인연은 결코 쉽게 맞춰지지 않는다. 처음 마주한 우리는 서로에게 낯설고, 때로는 거칠다. 성격과 습관, 말투 하나까지 다름이 선명할수록, 우리는 쉽게 부딪치고 상처 입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날카로운 모서리는 닳아가고, 부서진 자리에는 새로운 결이 스며든다.


이 시는 그러한 인연의 과정을 자연의 변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돌이 부딪혀 모난 자리를 깎아내고, 불이 나무를 태우며 흔적을 남기고, 비가 내린 뒤 새 생명이 움트는 과정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인연의 흐름과 닮아 있다. 처음에는 상처로 시작되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의 일부가 되어 간다.


부딪치고, 타고, 흐르고, 스며들며 완성되는 무늬처럼, 모든 인연이 조금씩 서로를 채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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