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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oem3시

구름 속의 보름달

by lee nam

둥근달이 솟아오른다.

저 먼 하늘 끝에

은빛 물결을 흘러내리며 떠오른 달은

마치 손 닿을 듯 가까운데

손을 뻗으면 멀어져만 간다.


달빛이 물에 닿으면

강이 흔들리고,

돌담에 부딪히면

그림자가 부서진다.

길가에 서 있던 나무들도

어느새 몸을 기울여

달을 따라가려 하지만,


달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금세 환하게 웃었다가

슬며시 구름 속으로 몸을 숨긴다.

조각난 구름들이

달을 가렸다 풀어주기를

되풀이할 뿐

달빛은 보였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빛난다.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은 어디로 가는가

저 구름 속은 어떤 세계인가

구름에 가려졌다고

달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텐데

나는 왜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움에 젖는가.


달이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길어진 밤의 그림자

멀리서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속삭임뿐이지만


내 가슴속에서는

그 보름달이 여전히 떠오른다.


<시작 노트>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보름달이 떴다고, 지금 하늘을 보고 있다고. 나는 그 순간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보름달은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짙게 깔린 밤하늘, 달은 분명 저 너머에 있을 터인데, 내 눈엔 보이지 않았다.


달이 구름 속으로 숨는 것처럼, 어떤 존재들은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듯하다. 하지만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가려진다고 해서 존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진대, 우리는 왜 부재 앞에서 슬퍼하는가. 달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의 상실을 어쩌지 못하는 것일까.


이 시는 보름달을 통해 다가왔다가 사라지는 것들, 그러나 여전히 마음속에서 빛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구름이 가린다고 해도 달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그리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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