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어느 날, 나는 대장암 진단이라는 차가운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그 후 이어진 1년 반의 투병 생활은 마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시간과 같았다. 절망과 고통, 그리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던 수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순간들, 낯선 병원 침대에 홀로 누워 불안감에 떨었던 밤들, 그리고 작은 호전에 감사하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1년 반의 투병 기간은 나에게 그저 당연하다고 여겼던 건강한 삶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 준 시간이었다. 병마와 싸우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해 나는 비로소 내 몸의 소중함,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축복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병상 생활은 나에게 깊은 개인적인 사유의 시간을 선사했다.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홀로 보낸 시간 속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며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했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놓치고 살아왔던 소중한 가치들,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 친구들과의 소소한 행복, 그리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유 등을 떠올리며 깊은 후회와 함께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했다. 병마는 나에게 강제적인 멈춤을 선사했고, 그 멈춤의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무엇을 위해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육체의 고통은 정신적인 성숙을 가져다주었고, 병과의 싸움은 나를 더욱 단단하고 성숙한 존재로 변화시키는 귀한 경험이 되었다.
투병 생활은 결코 혼자만의 고독한 여정이 아니었다. 예측 불가능한 통증과 끊임없는 불안감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와 헌신적인 사랑은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보살핌, 친구들의 변함없는 지지, 그리고 의료진들의 땀방울 덕분에 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나는 매일매일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든 치료 과정을 견딜 수 있었다. 이 모든 경험들은 나에게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과 사랑의 힘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기게 해 주었다.
그 1년 반의 투병 생활은 나에게 삶의 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과거에는 건강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소홀히 대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깊이 반성하며, 이제는 작은 불편함에도 귀 기울이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운동과 규칙적인 식습관은 물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 또한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병과의 싸움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삶의 소중함과 감사하는 마음이다. 매일 주어지는 새로운 하루,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평범한 순간들, 그리고 내 안의 작은 기쁨들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병을 이겨내고 다시 맞이하는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고, 나는 매 순간을 마지막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내일이면 내가 태어난 생일이다. 그러나 죽음의 고비를 넘어 다시 태어났으니 이제 열 살인 셈이다. 10년 전의 고통스러운 기억과 그 후 1년 반의 힘겨운 투병 생활을 뒤로하고, 나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 질병은 나에게 크나큰 고통과 시련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삶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해 준 역설적인 선물이기도 했다. 잃어버렸던 건강의 소중함,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응원, 그리고 매 순간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며 나는 이전보다 더욱 성숙하고 강인한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날마다 해마다 나무들이 자라듯, 나도 앞으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다시 주어진 삶의 기회를 소중히 여기며, 매 순간 감사하고 사랑하며,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열 번째 봄, 나는 다시 힘차게 걸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