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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2

웃음은 나를 살리는 명약

by lee nam

어느 날, 인생의 벼랑 끝에 선 사람이 있었다. 고통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병원에서 내려진 진단은 ‘희귀병’. 그것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병. 노만 파슨스, 미국의 유력한 시사 주간지 편집인이었던 그는, 삶의 한가운데서 도무지 예상하지 못한 병마와 마주하게 된다. ‘강직성 척수염’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질병. 뼈와 뼈 사이에 염증이 생기며 서서히 움직임을 빼앗아 가는 이 병은, 그에게 삶의 끝자락을 통보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무너질 뻔했던 순간,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서재의 책장에서 우연히 집어 든 한 권의 책. 그 안에 적힌 문장 하나가 그의 마음을 붙들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에게는 생명을 품은 선언이었다. 그는 그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웃기로 결심했다. 몸이 아파도, 마음은 웃자. 통증 속에서도 미소를 지어보자. 눈물의 끝자락에서라도, 희망처럼 웃음을 피워보자.


그의 실험은 시작되었다. 코미디 영화를 보고, 유쾌한 이야기를 찾아 읽고, 일부러라도 웃었다. 억지웃음이든 진짜 웃음이든 상관없었다. 그저 ‘웃는다’는 행위 자체가 생명에 닿는 길처럼 여겨졌다. 놀랍게도,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굳어있던 손가락 하나가 펴지기 시작했고, 차갑기만 하던 가족의 눈동자에 기적의 온기가 피어올랐다. “여보, 당신 손가락이 움직여요!” 아내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곧 온 가족의 웃음으로 번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병을 이겨냈다. 웃음이 그를 살렸다.


노만 카슨 스는 자신이 겪은 이 경험을 더 널리 알리고 싶었다. 하버드, 스탠퍼드, UCLA 등 미국의 유수한 의과대학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웃음으로 병을 이겨낸 이야기를 전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던 의사들도 그의 회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는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다. 그리고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 웃음이 면역력을 높이고, 감마 인터페론 수치를 높이며, 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 웃음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세상은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그 후 그는 편집인의 자리를 내려놓고 UCLA에서 교수로 일하며 웃음 치료를 연구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에게 교수 자리를 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그는 그 자격이 있었다. 자신의 몸으로 증명한 ‘웃음의 힘’, 그리고 생명을 구한 진심 어린 전도는 의학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이 있었다.


노만 파슨스의 이야기는 내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웃음은 삶의 장식이 아니라, 생명의 언어임을. 웃음은 감정의 일시적 표출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지탱하는 생리적, 심리적 반응이라는 사실을.


웃음은 우리 몸에 수많은 긍정적 변화를 일으킨다. 한 번 크게 웃을 때, 뇌는 엔도르핀과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쾌감 호르몬을 분비한다. 혈압이 낮아지고, 근육은 이완되며, 숨결은 깊어진다. 마치 깊은 명상처럼, 혹은 따뜻한 기도처럼, 웃음은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코미디 한 편을 보고 웃은 사람의 면역 수치는 웃기 전보다 현저히 높아지고, 심장 박동은 안정되며, 통증이 줄어든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우리는 흔히, ‘행복하니까 웃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답은 그 반대일 수 있다. ‘웃으니까 행복해진다.’ 감정이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감정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 지으며 하루를 시작해 보자. 기적은 그저 먼 곳에 있지 않다. 내 안의 작은 변화를 통해, 인생은 달라진다.


웃는 사람은 밝다. 밝은 사람에게는 사람이 모인다. 웃음은 감동을 주고, 분위기를 바꾸며, 관계를 회복시킨다. 한 직장에서의 성공도, 한 가정의 화목도, 웃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 서비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웃는 얼굴’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나는 이제 안다. 웃음은 나를 살리는 힘이다. 고통의 나날에도, 잿빛 하늘 아래에도, 기적은 여전히 가능하다. 웃음이 있는 곳엔 생명이 깃든다. 웃음을 배우자. 웃음을 전하자. 웃음을 삶의 방식으로 삼자.


오늘도 나를 살리는 한 줄기 웃음, 그것이 진짜 ‘기적의 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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