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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nam 5시간전

첫 술에 배부르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머릿속에는 멋진 문장이 떠오르고 대단한 글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이 가득했다. 키보드에 손을 올리며 나는 곧 작품을 쓸 사람이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 하지만 완성된 글을 다시 읽어보면, 어색하고 서툰 문장들이 많았다. 기대와는 너무 다른 글의 모습에 당혹스럽고, 때로는 실망스러웠다. 과연 내가 글을 쓸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다.


       그러던 중,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속담이 나를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다. 처음 시도하는 일에 바로 만족할 수 없다는 이 속담은, 글쓰기에 서툴러도 괜찮다는 위안과 격려를 주었다. 첫 술이 빈속을 다 채워주지 않듯이, 경험이 쌓이지 않은 글쓰기가 어색한 것은 당연하다는 깨달음이 왔다. 속담 덕분에 조금씩 더 다듬고 노력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고, 시간이 흐르면 내 글도 조금은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그 후로 글을 더 길게 써 보고 여러 번 고쳐도 보았다. 처음에 만족스럽지 않았던 글이 점차 눈에 익고,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작은 자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 술을 마시며 빈속의 허기를 달래듯이, 서툴더라도 글을 계속 쓰면서 채워지는 기쁨이 생겼다. 글쓰기는 어쩌면 조금씩 깊어지는 즐거움을 주는 일이었고, 첫 술이 배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이어지는 한 술 한 술이 결국 포만감을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여전히 글을 쓰고 나면 아쉬움이 남고, 상상하던 것보다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아쉬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첫 술에 배부르기 위함이 아니라, 차츰 배를 채워가는 과정을 즐기기 위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헛웃음이 나던 내 글도 어느새 익숙해지고, 애정도 생기게 되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이 속담은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게 해 준 작은 다짐이자 용기였다. 여전히 완벽하진 않지만, 글쓰기는 나에게 차츰 배를 채워주는 따뜻한 한 끼 같은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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