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하루의 끝을 글로 마무리하는 시간을 즐겼다. 일기장에 내 감정을 털어놓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조용히 되짚어 보면서 세상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들으려 했다. 내가 써 내려간 단어들은 마치 내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작은 목소리처럼, 어떤 때는 위로가 되고, 어떤 때는 고백이 되었다. 그렇게 글을 쓸 때마다 나는 더 진지하게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작은 습관이 나를 끊임없이 성장하게 만들었다.
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나간 순간들을 기억으로 간직하기 위해서다. 시간이 흐르면 기억은 흐릿해지고, 사소했던 순간들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글로 그 순간들을 기록하면, 그것은 나만의 작은 시간 캡슐이 된다. 어느 날, 가을 햇살이 비추던 길에서 본 노란 은행잎을 쥔 손길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장면이었지만, 다시 떠오른 그 장면 속에서 나는 그날의 따뜻한 공기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쓰며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잡아두는 것은 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
글은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어떤 일을 깊이 생각하다 보면 처음에는 단순하게만 여겼던 것들이 그 의미를 알게 된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가 보았던 하늘과 구름의 변화도 글로 풀어내면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때 나는 세상이 얼마나 다채롭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글을 쓰면서 나는 세상의 속살을 조금씩 들여다보게 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만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다. 최근에 내가 쓴 글을 친구가 읽고는 “너의 글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았어”라고 말해 준 적이 있다. 그 순간, 나는 글이 단지 내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매개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게 되면서, 글을 쓰는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나의 기억을 보존하는 방법이자, 내 존재를 남기는 일이다. 나는 내가 쓴 글을 통해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고, 그때의 내 감정을 다시 느낀다. 내 삶에서 중요한 순간들은 그 순간의 감정과 함께 글로 기록되어 나의 일부가 된다. 글을 쓰며 나는 과거의 나와 대화하고,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난다. 그렇게 글은 나에게 소중한 기록이자, 내가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