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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우편물 더미 속의 하루

by lee nam

하루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우편물 더미다. 미국에서 체신 공무원으로 일한 지 벌써 30년이 되어가지만, 여전히 아침마다 내 손에 쥐어지는 우편물들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각기 다른 봉투와 박스 속에는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손끝을 스치며 넘겨지는 편지들, 소포들, 그리고 카드들 하나하나가 나에게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다.


우편물 속에는 크고 작은 기쁨과 슬픔이 숨겨져 있다. 어느 날은 결혼식 초대장이, 다른 날은 새로운 아기의 탄생 소식이 내 손에 쥐어진다. 고마운 마음을 담은 감사 카드, 먼 곳에서 보내온 그리운 인사의 편지까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손을 거쳐 흘러가는 순간, 나 역시 그 일부분이 되는 느낌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고 평범한 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순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편물 더미 속에서 보내는 하루는 늘 바쁘지만, 그 안에서 나는 매일 새로운 발견을 한다. 하루가 끝날 때면, 이 작은 일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된다. 편지 한 통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줄 수 있는지, 그 작은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이 일은 단순히 업무를 넘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우편물 더미 속에서 나는 새로운 기회를 만난다. 매일 조금씩 쌓여가는 편지들이 나에게는 매일의 작은 기쁨이 된다. 누군가의 하루를 내가 엮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내 일상이 더 빛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모여 큰 의미를 만든다는 걸 알기에, 나는 오늘도 그 더미 속에서 하나하나 우편을 정리한다.


우편물 더미 속의 하루’는, 이렇게 나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하는 소중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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