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수필>
깊은 밤, 누군가 내게 물을지도 모른다.
“왜 안 주무세요? 이 밤에.”
그럴 때 나는 조용히 대답한다.
“이 시간에만 들리는 것들이 있어서요.”
낮에는 세상이 시끄럽다. 사람들의 목소리, 차가 지나가는 소리, 해야 할 일들이 쏟아내는 조급함이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그 소음 속에서는 나조차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어렵다. 하지만 밤이 오면, 소음이 가라앉고 나서야 비로소 내면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요함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는 낮 동안 외면했던 나를 마주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 불을 끄고 조용히 펜을 들곤 한다.
이 밤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낮과 다르다. 낮에는 실용적이고 논리적인 생각들이 주를 이루지만, 밤에는 감정과 기억이 말을 건넨다. 묻어두었던 슬픔, 잠시 잊었던 기쁨,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밤의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든다. 마치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조개껍데기가 밀려 올라오는 것처럼. 나는 그 조개껍데기를 하나씩 열어본다. 그 안에 고운 진주가 있을 때도 있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껍데기일 때도 있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것들을 열어보는 과정이,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시도가 나에게는 중요하다.
밤은 단순히 잠을 자는 시간이 아니다. 나에게 밤은 묵상의 시간이고,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이자,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낮에는 미처 돌아보지 못한 내 삶의 구석들을 비추어보고, 때로는 그 안에서 작고 빛나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왜 슬펐는지, 왜 기뻤는지,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 또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 그런 생각들이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밤이 두려운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시간이 고요한 안식이다. 물론 이 고요가 때로는 외로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외로움마저도 나에게는 위로처럼 느껴진다. 외로움 속에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밤은 내게 질문을 던진다. “넌 왜 살아가니?”, “넌 정말 행복하니?”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글을 쓴다. 그 답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적어도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했으니까.
이 밤에 나는 잠들지 않는다. 이 시간만이 내게 허락한 깨달음이 있고, 이 시간만이 열어주는 문이 있기 때문이다. 낮의 밝음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길이, 밤의 어둠 속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시간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다시 바쁜 삶 속으로 뛰어들겠지만, 오늘 밤의 묵상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왜 안 주무세요? 이 밤에.”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이 밤은 내가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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