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의 시원한 바람이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갈 때, 나는 그 속에서 자연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낀다. 무심한 듯 다가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게 해주는 바람은 자연이 전해주는 작은 위로처럼 느껴진다. 시원한 공기와 함께 밀려오는 상쾌함 속에서 나는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바람은 때론 나의 벗이 되어 내 생각을 실어가기도 한다.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가볍게 털어내지 못한 고민들, 깊게 뿌리내린 걱정들이 바람에 녹아 흩어지는 듯하다. 한낮의 번잡한 소음과 일상 속 무거운 마음들이 바람 속에서 잠시 쉬어가고, 나는 그 자유로운 흐름 속에 나를 맡긴다. 바람은 말없이 흘러가면서도, 그렇게 나의 마음을 알아채고 풀어주는 듯해 고맙기까지 하다.
자연과의 소통에서 오는 즐거움은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가벼운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바람은 그 자체로 순수한 대화의 순간이 된다. 바람은 내게 아무런 대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그저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나는 그 한순간의 짧은 소통 속에서 나와 자연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때때로 바람은 내게 오래된 기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바람에 실려온 향기 나 느낌 속에서 잊고 있던 순간들이 되살아나며, 나는 과거의 시간 속으로 잠시 걸어 들어간다. 어린 시절 마당에서 느꼈던 바람, 들판을 뛰어다니며 맞이했던 신선한 바람… 그 모든 것이 한 줄기 바람 속에서 다시금 살아난다. 그 기억들 속에서 나는 순수했던 감정들과 마주하며, 스스로를 되찾는 느낌에 잠긴다.
그래서일까. 나는 종종 혼자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을 좋아한다.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단순해지고, 새로움을 향한 마음의 여백이 생긴다. 그 순간마다 나는 마치 자유로움 속에서 더 깊은 곳을 바라보는 여정을 떠나는 기분이다. 한 줄기의 바람과의 짧은 만남이지만, 그것은 내게 고요하고도 풍성한 대화의 시간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