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했던 그림자놀이는 단순한 장난이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발걸음을 옮기면, 그림자도 따라가며 커지고, 줄어들었다. 우리는 서로의 그림자를 잡으려 했고, 그걸 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쫓아다녔다. 그때는 그저 재미있어서 했던 놀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성인이 되어 돌아보니, 그 그림자는 단순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그 그림자는 내 삶에서 늘 함께한, 놓치지 않으려 했던 부분이었다. 지나친 부담이나 숨기고 싶은 두려움,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내 그림자 속에 있었고, 나는 그 그림자를 외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림자는 언제나 나를 따라왔다. 멀리 가려해도, 항상 내 뒤에 있었다.
그림자와 함께 걷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나의 여백을 채우는 그 그림자 속에서, 나는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 그림자가 두려웠고, 내가 감추고 싶었던 부분을 드러내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와 마주하고 나서야 조금씩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그림자는 나의 일부였고, 내가 가진 약점이나 불안도 결국 내 삶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림자는 나에게 단순히 무엇을 추적하고 잡으려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 그림자는 내 안의 불완전함을 비추는 빛이었고, 그것과 함께 걷는 길은 내가 성장해 가는 과정이었다. 이젠 그 그림자와 함께 걷는 것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 그림자 속에서 내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림자와 함께할 때, 나는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어릴 때의 그림자놀이가 이제는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그때처럼 잡으려는 욕망 없이, 그저 그림자와 함께 걷는다. 비로소 그림자 속에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